음악을 통해 빈곤층 청소년을 밝은 세상으로 이끈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71 · 베네수엘라 · 사진)가 서울평화상을 받는다.

서울평화상위원회(위원장 이철승)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종 위원회를 열고 "빈곤층 청소년 교육 및 사회복지 개선을 위해 '엘 시스테마'라는 시스템을 창안하고 운영에 헌신한 베네수엘라의 지휘자이자 작곡가 · 경제학자인 아브레우 박사를 제10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939년 베네수엘라 트루히요에서 태어난 아브레우 박사는 호세 앙헬 라마스 고급음악학교에서 작곡,피아노,오르간을 배웠으며 조교수와 대작곡가를 거쳐 지휘자로 명성을 얻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유경제학을 전공,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정부의 경제 관련 부서에서 주요 직책을 맡기도 했다.

그는 1975년 마약과 총기,폭력과 범죄가 판치는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빈곤층 청소년들의 교육 및 재활을 위해 전과 5범의 소년을 포함한 11명에게 사재를 들여 악기를 사주고 연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 음악교육을 시작했다. 이후 더 많은 빈민층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복지부를 설득,청소년 예술교육 시스템인 '엘 시스테마'를 탄생시켰다.

이를 통해 35년간 30만명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나눠주고 교육한 그는 거리를 배회하던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질서,책임과 의무,배려 등의 가치를 익히게 해 청소년들과 가족,이웃들을 빈곤과 무질서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는 서울평화상위원회를 통해 "빈곤층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가치를 일깨우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 노력을 인정해준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상식은 내달 27일 서울에서 열린다. 상금은 20만달러.서울평화상은 1990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첫 수상자로 선정한 이후 격년제로 시상하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