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형PF 지고 상암DMC식 '분할개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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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지 용도별 분할 매각…땅 한꺼번에 매입 부담 줄어
광교 비즈니스파크 등 전환, 천안·고양 PF 사업장도 검토
광교 비즈니스파크 등 전환, 천안·고양 PF 사업장도 검토
개발 대상 부지를 용도별로 분할매각해 사업속도를 내는 '상암DMC 방식 개발'이 사업중단 위기를 맞은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투자자들이 땅을 한꺼번에 매입해야 하는 공모형 PF 사업보다 자금조달 부담이 적어 사업진척이 빠르고 분할매각을 통해 땅값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 개발에 비해 도시기능을 유기적으로 갖추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부지 분할매각 이어질 듯
27일 건설 · 부동산 업계와 각종 PF 발주처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춤한 공모형 PF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사업부지를 분할매각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광교신도시 내 복합단지인 비즈니스파크 부지를 용도별로 쪼개 내년 중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이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인천 청라지구 내 국제업무단지를 2개 블록으로 나눠 사업자를 재모집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LH 관계자는 "시장 침체 속에서 대규모 개발계획 고수는 의미가 없다"며 "부지를 2개로 쪼갰다"고 설명했다.
현재 추진되는 PF사업 중에는 자금조달 문제로 지지부진한 곳이 많아 용도별 분할매각 사례가 계속 나올 전망이다. 충남 천안시가 발주한 7조7747억원 규모의 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개발사업(291만여㎡)은 토지매입 단계에서 건설투자자 등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 · 문화복합단지 조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경기 고양시의 한류우드 조성사업은 2구역 투자자들이 토지중도금 2674억원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 1구역도 투자자들이 테마파크 부지 매입비 720억원 중 211억원만 내고 중도금 254억원을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미납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실장은 "대부분의 PF 사업 발주처들이 공모형 PF로는 개발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분할매각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조명 받는 상암DMC 방식
사업부지 분할매각 발주처가 늘면서 상암DMC식 개발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2002년부터 상암DMC 부지를 일괄매각하는 공모형 PF와 달리 토지를 용도별로 나눠 팔았다. 방송 · 벤처기업 등의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용지는 해당 업종 기업체,주상복합 부지는 건설사 등에 순차적으로 판매해 왔다.
공모형 PF가 재무적 투자자와 건설투자자 등이 막대한 개발차익을 겨냥해 투자하는 사업이라면 분할매각은 실수요자들이 각자 땅을 사들여 개발하는 방식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토지 매입가격까지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공모형 PF 입찰에선 땅값이 경쟁적으로 높아지지만 토지 매각금액을 정해 놓고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분할매각하면 상대적으로 땅값이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수요 기업을 중심으로 땅을 매각하기 때문에 투자자 간 자금조달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불거질 위험도 적다"고 말했다.
분할매각으로 도시기능의 일부 중복 등 효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호텔,백화점,주상복합 내 판매시설 등이 과잉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거시설과 업무시설은 주차 수요가 주 · 야간으로 다른데 분할매각하면 지하주차장이 과도하게 건립될 수도 있다. 복합단지 전체를 관리할 수 없어 관리비가 높아지고 입주기업이나 입주민의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시설이 완공돼 도시기능이 제대로 갖춰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총괄건축가(MA,master architect)를 두고 예상 문제를 사전에 조정하면 분할매각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