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47)는 대표적인 반(反)신자유주의 경제학자로 손꼽힌다. 신자유주의의 거두인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장 교수가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벌일 토론(10월27일 오전)이 큰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그는 경제성장에 있어 금융보다 제조업의 역할을 중시한다. 실체가 없는 국제 금융자본은 통제가 어렵고,속성상 단기 이윤을 중시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다. 장 교수는 불균형 산업개발 정책과 선단식 경영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재벌 시스템을 긍정한다.

이 때문에 그는 좌우 대립이 뚜렷한 국내 정치 현실에서 '좌충우돌'하는 경제학자로 자리매김했다. 보수진영에서 보면 장 교수는 '반신자유주의자'에 '복지국가론자'지만 반면 진보진영의 학자들은 그의 '친재벌 성향'을 놓고 날을 세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의 주장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세상을 지배한 영미식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한계를 드러냈으며 이 같은 '금융위기의 반복' '소득분배 악화' '낮은 경제성장률' 등은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폐해라는 것이다.

아울러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추구해온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금융이 아닌 제조업을 발전시켜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우리 경제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때가 왔다"며 "실체 없는 금융 같은 쉬운 길을 갈 게 아니라 힘든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능과 실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아 학위를 취득하기도 전에 교수 자리를 제안받았다. 박사를 딴 1990년 만 27세의 나이로 모교인 케임브리지대에 임용됐다.

2002년 출간한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로 2003년 제도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뮈르달 상'을 받았다. 이후 '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경제'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대한민국 학술원에서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2008년 국방부 불온서적 명단에 올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75)이 그의 아버지이며 장하성 고려대 교수(57),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59)과는 사촌지간이다. 그의 친동생인 장하석 런던대 교수(43)도 2007년 과학철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카토슈 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과학자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