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집권 민주당이 총 4조~5조엔(약 54조~65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 등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다.

간 나오토 총리는 27일 민주당에 엔고와 경기대책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본격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간 총리는 추가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예산을 편성하되 재원은 신규로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기존의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기존 국채 발행 후 미사용분 1조엔 △작년 예산 잉여금 1조6000억엔 △올해 세수 증가분 2조엔 등을 추가 경기부양책의 주요 재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9180억엔 규모의 긴급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기부양 규모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작은 데다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엔화 가치가 다시 고개를 들자 추가 부양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엔고를 꺾지 못할 경우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흔들리면서 결국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엔고로 인해 일본의 무역흑자는 15개월 만에 감소했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지난달 무역통계 속보(통관 기준)에 따르면 무역흑자액은 1032억엔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7.5% 급감했다. 월별 기준 무역 흑자폭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엔고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한 데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자원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액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5조2241억엔으로 15.8% 증가했으나 최근 정점이었던 지난 2월의 증가율(45.3%)에 비해 크게 낮았다. 수입액은 5조1209억엔으로 17.9% 늘었다.

한편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27일 오사카시에서 열린 경제4단체 주최 간담회에서 "환율 동향을 충분히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시의성 있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