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산병원 박혜순 교수팀은 2005년 2월 독특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부모가 뚱뚱하면 자녀도 뚱뚱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딸이 더 그렇다는 발표였다. 부모 모두 비만이면 자녀의 비만 확률이 둘 다 정상인 집보다 아들은 6.6배,딸은 13.7배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엔 영국 플리머스 의대 조기당뇨병 연구팀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고했다. 8살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했더니 살찐 엄마 딸은 날씬한 엄마 딸보다 비만 가능성이 10배나 높더란 것이다. 아빠와 아들도 비슷하지만 딸보다는 상관도가 낮다고(6배) 밝혔다.

아산병원 팀은 비만 대물림 현상에 대해 음식 섭취 같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탓 같다고 분석했고,플리머스 의대팀은 뚱뚱한 부모네 아이들이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 그렇다며 부모(예비 부모)를 상대로 영유아 비만 방지 교육을 실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만 보고서가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비만일 때 남아의 비만 확률은 3배,여아는 6배'라고 공표했다. 뚱뚱한 집 딸은 뚱뚱할 수 있다는 게 통설로 굳어지는 셈이다.

보고서는 또 '여성의 경우 학력이 높을수록 날씬하다'는 것과 함께 대다수 OECD 회원국과 달리 한국에선 '가난한 집 아들이 부잣집 아들보다 마른'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 자식의 체형이 닮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식습관은 물론 체형을 보는 관점의 차이도 작용할 수 있다. 할머니가 키우는 집 아이들이 다소 통통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학력과 여성,생활수준과 남아의 비만도가 관련있다는 사실은 무심코 지나치기 어렵다.

교육수준이 낮은 여성일수록 몸매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교육과 삶의 질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없는 집 아들이 말랐다는 것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날씬하고 크면 좋은데 마르고 키도 작을 가능성이 상존하는 탓이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여성의 비만이 출산에 부정적영향을 미친다는 건 알려진 일이다. 비만 연구가 배리 팝킨(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은 비만이 유전이란 주장은 거짓이라며 날씬해지려면 간식과 패스트푸드를 줄이고 평소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