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학벌도 능력도 함량 미달인 데다 생산성도 떨어지고,문제만 일으키는 직원들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여기십니까.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직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있습니다. 사장이 직원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들은 영웅이 될 수도 있고,실패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1 대 1 코칭을 할 때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경기도 반월공단의 D사 진 사장은 대기업에 근무하며 알게 된 협력업체를 인수,반도체 관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집안의 모든 자금을 정리해 시작한 사업인 만큼 사활을 걸고 일했지만,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방 출신의 혈기왕성한 젊은 직원들은 툭하면 기숙사에서 싸움을 했고,일을 하다가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가 버리곤 했습니다.

상사들은 자신이 해오던 방식으로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말투가 거칠어졌습니다. 진 사장은 대기업에 근무할 때와 너무 다른 직원들의 수준에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언어,행동 등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죠.

회사의 분위기는 험악해지고,상호간에 불신이 쌓여가기만 했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제품 불량으로 이어졌고,나아가 고객의 불만까지 커지면서 회사 경영이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이때 진 사장은 대기업에서 보고 배웠던 것을 기억하며 열심히 적용하려고 애썼습니다. 회사 입구에 '나는 최고다! 우리 회사는 최고다!'란 플래카드를 내걸었고,회의 시간에는 "여러분과 함께 최고의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한 사람 한 사람 다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가지세요. 저는 이 회사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라며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직원들의 마음이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안 진 사장마저 자신감을 잃어갔습니다.

진 사장은 더 이상 자기 스스로 용기를 북돋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기업 코칭을 통해 진단을 받았는데,의외의 결과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직원들의 문제로 생각했던 이 상황이 사실은 사장이 직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다는 것입니다.

처음 회사를 창립했던 전임 사장은 직원들을 무시하고 약속도 수시로 어겨 임원은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큰 상처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은 회사를 새로 인수한 진 사장에게 기대를 걸었는데,실제 자신들에게 보여주는 행동이 전임 사장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게 불신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도 모자라 진 사장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싫어한 것입니다. 진 사장은 무의식중에 예전 대기업 직원들과 지금의 직원들을 비교하는 말을 했던 것이나,"왜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느냐"며 화를 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진 사장은 진정으로 최고의 회사를 만들고 싶었고,최고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꿈꿨기에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연중에 직원들의 수준이 낮다고 판단하고 그들을 대하면서 함부로 행동한 모습이 떠오르자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충격을 받은 진 사장은 '나부터 변하자'는 다짐을 하고 솔선수범하며 긍정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래카드의 구호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진심을 담아 '최고의 직원'이라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불량률은 물론 이직률도 매우 낮아졌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진 사장의 새로운 인생은 빠르게 정착해 나갔습니다.

최고경영자라고 해서 '내가 모든 것을 다 잘 알고 있으니 내가 하는 대로만 따라오라'고 하기보다는 직원 개개인에게 가능성을 기대하고 차별화한 인물로 키워 준다면 직원은 물론 회사도 최고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능력이 나쁘지 않은데 열등의식에 빠진 직원이 있다면 어떨까요. 코칭 사례를 들어보죠.P사에는 고졸로 가장 빠른 승진을 해 직원들에게 귀감이 되는 최 부장이 있었습니다. P사의 정 대표는 지속적으로 인정을 받아온 최 부장 때문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대졸자도 부장을 달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 부장이 입사 15년 만에 부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생산 분야에서 누구보다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었고,그만큼 회사로서도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최 부장이 승진한 이후 부장들까지만 참여하는 회의 분위기가 아주 이상해졌습니다. 사업부마다 분기별 발표를 할 때 다른 부장은 당연히 직접 하는데,최 부장은 직속부하인 김 과장을 시켜서 발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다른 부장들이 질문을 하면 거기에 대한 대답은 본인이 했습니다.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브레인 스토밍을 할 때는 전혀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부서 부장들로부터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회사에서 특별대우를 받은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까 당연히 그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정 대표는 최 부장을 불러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장님,저는 생산공장에서 하는 일은 잘 할 수 있는데,회의 시간에 제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어서 사람들 앞에 서면 땀이 많이 나고 말을 더듬게 됩니다. 다른 부장들은 다 파워포인트를 멋지게 작성해 설명을 하는데,저는 컴퓨터를 그렇게 잘 다루지 못하고 제가 많이 배우지 못한 것 때문에 자꾸 위축됩니다. 과장을 회의에 불러오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했지만,제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다가는 우리 부서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

정 대표는 최 부장의 솔직한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마흔이 넘었는데도 학벌에서 오는 열등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정말 본인이 갖고 있는 훌륭한 자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생산 분야에서 최 부장을 따라갈 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없는데 왜 그렇게 자신없어 하는지 안타까웠습니다. 회사에서는 고졸 출신들의 롤모델인 최 부장의 자신감을 어떻게 회복시켜줄지 고민한 끝에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생산부문 대가 최 부장'이라고 불러주는 것이었습니다. 회의에서 생산에 관한 것이 언급돼야 할 시점에는 자연스럽게 '생산부문 대가이신 최 부장이 한말씀 하시지요'라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인지시켰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파워포인트 기법은 별로 신경 쓰지 말라고 충고했고,발표할 때도 이미 그의 특성을 다른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니 처음부터 "막내 최 부장입니다. 형님 부장님들께서 아시다시피 제가 말도 못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데 잘 좀 봐주세요. 대신 간단하게 하겠습니다"라고 먼저 말하면서 다른 부장들과 웃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시작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최 부장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활기차게 일에 몰두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합니다.

열등의식을 가진 직원이 있다면 그가 가장 잘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멋진 이름을 만들어서 불러주세요. 그를 일등 직원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홍의숙 인코칭 대표

△숭실대 경영학 박사 △Master 코치,국무조정실 실내대학 전담교수,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육군리더십센터 자문위원 △저서 '리더십코칭50''사장이 모르는 직원 마음,직원이 모르는 사장 마음''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선택''사장이 직원을 먹여 살릴까 직원이 사장을 먹여 살릴까' hong@incoach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