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동부이촌동 재건축…조합원 잇단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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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아파트 5억 추가분담금 "로열층-저층 같은 금액 불공평"
현대아파트도 소송으로 중단
현대아파트도 소송으로 중단
"렉스아파트도 이주 단계에서 조합원 간 분쟁이 발생했네요. 동부이촌동에서 재건축이 쉽지 않은 것 같네요. "(동부이촌동 A공인 대표)
전통적인 부자와 한국 거주 일본인들이 모여 사는 동부이촌동 아파트의 상당수는 1970년대 후반에 지어져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재건축이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되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조합원들이 전문 지식에 밝고 권리 의식이 뚜렷해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그대로 넘기지 않아 사업추진 속도도 더딘 편"이라고 분석했다.
◆렉스아파트 분담금 형평성 논란
재건축을 위한 이주에 들어간 렉스아파트는 조합원 추가분담금으로 시끄럽다. 이 아파트의 조합원당 추가분담금은 5억4200만원으로 한강이 잘 보이는 로열층이나 향(向)과 층수가 나쁜 비(非)로열층을 배정받은 조합원이나 모두 같다.
조합원 박모씨는 "로열층과 비로열층으로 배정된 세대의 가격이 분담금 확정 후 4억원 정도 벌어졌고 입주 후에는 10억원까지 격차가 날 것"이라며 "분담금을 차등 적용해야 하는데도 조합이 동일 분담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전 · 후 세대수가 동일한 1 대 1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 아파트는 새 아파트 배정방식이 독특하다. 기존 아파트를 층 · 향 · 한강조망 등에 따라 10개 등급으로 나눴다. 신축 아파트도 10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460명 조합원은 같은 등급으로 이동한다. 이상우 조합장은 "배정 방식을 두고 4~5년 다투다 2006년 4월 조합원 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새 아파트 등급 간 주거환경 차이가 옛 아파트보다 휠씬 커진다는 점이다. 상위 등급은 빼어난 한강 조망권을 누리지만 하위 등급은 한강조망은커녕 동향 등으로 배치돼 주거여건이 나빠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9 · 10등급으로 평가된 조합원들은 소송 준비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신축 동(棟)수가 4개동에서 3개동으로 줄고 분담금이 2억7000만원에서 5억4200만원으로 늘어나는 등 상황이 바뀐 만큼 관리처분총회에서 조합원 3분의 2 또는 4분의 3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조합이 분담금 조정에 소극적으로 나오면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이사하다 사업 원점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현대아파트(653세대)도 이주 단계에서 분쟁이 생겼다. 당초 계획보다 50% 많아진 사업비에 문제가 있다고 본 이모씨 등 14명이 용산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리모델링 사업변경 및 행위허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2008년 8월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주민 5분의 4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판결 당시 조합원 50명 정도가 이주한 상태였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법원 판결 이후 리모델링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재건축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어 리모델링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2001년 재건축을 완료한 동부센트레빌아파트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4개동으로 구성된 아파트의 103동은 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1~13층까지 중앙 두 개 라인에 아파트 26채를 넣지 않고 지그재그 형태의 조형물을 넣었다. 독특한 외관으로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 건축문화대상을 받았지만 이 디자인은 뒤편 정우아파트의 한강 조망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해진 조치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