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27일 현대건설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친환경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룹 내 자금력으로 독자적인 인수작업을 벌이기로 해 전략적 투자자와의 제휴를 모색 중인 현대그룹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강조했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매각하는 현대건설 지분은 3887만9000주(34.88%)로 이날 종가 기준으로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치열한 인수 경쟁으로 30~40%의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더해지면 매각 대금이 4조원대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현대건설 인수 시너지 크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친환경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만큼 기존 친환경차 사업에 원전 등 친환경 발전과 친환경 주택 등의 사업이 더해지면 에코 밸류 체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로서도 기존 현대차그룹 사업인 해외 고속철 및 철도차량 사업과 연계가 가능할 뿐더러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로부터 건설자재 조달이 원활해지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플랜트 및 엔지니어링 분야의 역량 제고를 통해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 후 투자를 확대하고 전문인력도 적극 확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에 이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현행 조직 및 인력에 대해서는 유지 방침을 밝혀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략적 또는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면 과도한 경영권 및 수익률 요구 부담이 있다며 그룹 내부자금만으로 인수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룹 내 어떤 계열사가 인수전에 참여할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현대차를 중심으로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말 현재 이들 4개사의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잔액만 12조원을 웃돈다. 관계자는 "후계 승계와 연관성을 지닌 현대엠코,글로비스 등은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그룹 "차분히 준비하겠다"

현대차그룹의 인수의향서 제출과 관련,현대그룹 관계자는 "예상했던 일로,이와 무관하게 당초 수립한 전략대로 인수전을 차분히 준비할 것"이라며 "내달 1일 전에 의향서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건설이 우리 그룹에 필요한 이유를 적극 강조해 나갈 것"이라며 "50년간 대북사업 독점권을 가진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함으로써 앞으로 진행될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들로 컨소시엄 구성을 끝낸 상태"라며 "내부 보유현금 1조5000억원에 외부자금을 더해 3조~4조원대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중동계 전략적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8월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후 도이체방크,맥쿼리증권 등을 자문사로 선정한 데 이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이 등장하는 TV 광고 등을 통한 여론 조성에 나섰다.

김수언/장창민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