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뺨치는 자문사 등장…증시 판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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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형랩 인기타고 덩치 커져…코스모·브레인, 운용 규모 4,9위
'간택' 받으면 단숨에 주도주로…기관들도 자문사 '눈치보기'
'간택' 받으면 단숨에 주도주로…기관들도 자문사 '눈치보기'
국내 주식 운용 규모가 대형 자산운용사와 맞먹는 초대형 투자자문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온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기대하고 자문사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사들은 불어난 운용자산(계약액)으로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가도 주목하는 '증시의 큰손'으로 떠오른 셈이다.
◆대형 자문사는 운용업계 4~9위권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브레인투자자문의 주식 운용자산(순자산 기준)은 2조532억원(24일 현재)에 달한다. 지난 3월 말 5523억원에서 6개월 새 4배로 급증했다. 이는 자산운용업계 9위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보다 많은 수치다. 박건영 브레인자문 대표는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다 보니 수익률이 높게 나오고 있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업계 1위인 코스모투자자문은 지난 4월 운용자산 3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운용 · 자문사를 통틀어 4위에 해당한다. 1조원대 자금을 굴리는 한가람투자자문(1조5005억원)과 케이원투자자문(1조3600억원)도 1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자문사가 대형 운용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은 올 들어 자문형 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말 8774억원이던 국내 10대 증권사의 자문형 랩 잔액은 이달 들어 3조원을 넘어섰다. 자문형 랩 열풍의 쌍두마차 중 하나인 브레인투자자문의 자문형 랩 잔액은 3월 말 1673억원에서 최근 1조579억원으로 6배 넘게 급증했다. 케이원은 같은 기간 3396억원이던 자문형 랩이 두 배 가까이 규모가 커지자 더 이상 신규 고객을 받지 않고 있다.
◆자문사 '눈치보기'도 나타나
자문사의 덩치가 커지자 증권가에선 자문사가 운용사를 제치고 외국인 연기금에 이어 증시의 '3대 큰손'으로 부상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운용업계의 국내 주식형 순자산 규모는 여전히 70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펀드 환매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반면 자문사는 계속 유입되는 신규 자금으로 소수 종목에 투자해 '주도주'를 만들어 낼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루 수십억~수백억원씩 매매하는 자문사 주문 내역에 대해 증권사 직원과 브로커는 물론 기관들까지 민감해졌고 추종 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보기술(IT)주가 부진한 사이 지주사와 화학업종이 뜬 것도 자문사들이 밀었던 종목과 연관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자문사들이 포트폴리오에 담아 수시로 비중을 조절하는 LG화학 기아차 삼성전기 등 '자문사 7공주' 종목들은 자문사의 수급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4일 기관과 외국인이 하이닉스 57만주를 팔아치웠지만 하락폭이 0.24%에 그친 것은 '개인' 주문으로 잡히는 자문사의 매수세가 주가를 떠받쳤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문사들은 7공주 종목의 투자 비중을 60~70%로 유지하면서 철강 · 화학 · 정유 등 최근 턴어라운드 종목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자문사들이 많이 보유한 종목의 투자 비중을 1~2%만 줄이거나 늘려도 주가가 5~10% 오르내리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전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연일 고점을 경신하자 업계에선 새 주도주를 놓고 자문사 '눈치보기'가 더 팽배한 분위기다. 브레인은 현대차 기아차 글로비스 등에,케이원은 제일모직 LG화학 SK C&C 등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장세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어 자문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특정 종목을 적정 주가 이상으로 과도하게 띄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