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여력비율 업계 최고
든든한 계열사 '시너지'…
136조 매머드급 덩치 비해
이익 적은 게 '흠'
해외시장 개척도 과제
◆고객층 포트폴리오 탄탄…장기 계약자도 많아
경쟁사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을 판매할 수 있다면 훌륭한 판매채널을 확보하고,뛰어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 또 상품에 적용되는 이율을 낮춰 자산 운용의 부담도 덜 수 있다. 결국 비가격 경쟁력은 경영관리,판매,리스크 관리 등 경영 전반의 선순환 구조로 연결된다.
고객이 전 연령층에 고루 포진해 있고,장기 계약자가 많은 것도 삼성생명의 장점이다. 계약자의 48%는 10년 이상 삼성생명과 거래하고 있으며 23%는 3개 이상의 삼성생명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확보하고 있는 고도화된 전문인력은 업계 최상위권이다. 보험권의 대표적인 전문인력인 계리사의 경우 삼성생명은 83명을 보유해 2위 업체(33명)에 비해 2.5배,3위 업체에 비해선 4.4배 많다.
삼성생명은 삼성금융연구소와 퇴직연금연구소를 두고 본업과 연관된 영역에 대한 별도의 조사 전문인력을 꾸리고 있다. 이런 인적자원은 신상품 개발과 리스크 관리 능력의 핵심이다. 삼성생명의 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는 4만3000여명으로 전체 생명보험 설계사 수의 26%에 해당한다. 특히 설계사들이 판매한 보험상품의 초회보험료를 기준으로 삼성생명 설계사들의 점유율은 39%에 이른다.
◆'보험사 체력' 지급여력비율 최상위권
재무적 안정성도 돋보인다. 생보사의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업계 최상위권이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소유구조 측면에서 상단에 위치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우량 계열사들의 주요 주주 역할을 맡고 있다. 계열사들의 경영실적과 주가가 호전되면 삼성생명의 재무적 안정성은 더 높아진다.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보험상품을 판매해 자산 운용의 안정성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든든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삼성생명의 퇴직 관련 계약준비금 중 계열사 비중은 24%에 이른다.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까지 포함해 삼성생명의 가치를 따지면 고객 수가 1600만명에 이르고 전속 채널만 7만명에 달한다. 고객정보 교환에 대한 법적 제약이 풀리면 큰 경쟁요인이 될 것이다.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변액보험을 중심으로 보험업도 자산운용업과 가까워지면서 삼성자산운용과의 상품 공동 개발 및 마케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업계 최초로 인덱스펀드를 개발해 변액연금에 접목했고,삼성증권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성장성 보완할 대체 동력 발굴해야
반면 성장성을 보완할 대체 동력 발굴은 삼성생명의 과제다. 한국에서도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시작됨에 따라 은퇴시장의 본격적인 성장과 함께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 상품이 생명보험의 성장 바통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비해 전통적인 보험시장의 성장 동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국내 부문의 성장성을 보완할 대체상품 및 해외시장 개척 측면에서 삼성생명은 아직 절반의 성공에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해외 부문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1997년 태국에 시암삼성생명을 설립했고,2005년에는 중항삼성인수보험을 통해 중국에 진출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다. 상당수 글로벌 해외 생보사들이 이미 국내 시장에 오래 전부터 진출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의 분발이 요구된다.
자산에 비해 이익 규모가 적은 것도 흠이다.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136조원으로 은행을 제외하면 국내 금융회사 중 가장 크다. 하지만 이런 자산 규모로 아직까지 연간 순이익 1조원을 넘긴 적이 없다는 점은 문제다. 국내 생보사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금리 역마진 때문이다. 만기가 긴 생명보험 상품의 특성 외에도 보험업계에서의 지배적 위치로 인해 삼성생명은 거대한 항공모함에 비유된다. 규모가 큰 만큼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항로를 바꿔 암초를 피해가려면 많은 연료와 시간이 필요한 단점도 있다. 판매채널 면에서도 삼성생명은 적극적 변화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어서 설계사를 핵심 채널로 두고 있다.
세계 주요 보험사들도 핵심 채널로서 설계사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방카슈랑스를 중심으로 한 판매채널 다변화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대형 생보사가 은행을 인수해 비(非)전통 채널을 육성하는 것은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중국 시장에서도 최근 목격되고 있다. 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주사 전환이 당분간 어려워보이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