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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 동안 일본과 미국,독일 등 여러 선진 국가들은 중소기업의 과학기술 혁신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뿌리를 단단히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시행해 오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의회가 중소기업 지원 법안을 최종 승인한 것도 그 정책 중 한 예다.

이 중소기업 지원 법안은 중소기업 세금 감면 및 대출조건 완화를 골자로 하고 있으며,300억달러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이 시행됨과 동시에 120억달러의 감세혜택이 주어질 예정이다. 미국의 이러한 중소기업 지원 법안은 중소기업의 발전이 곧 일자리 창출 및 경제 순환의 활성화를 이뤄낼 것임을 인식한 결과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자금 규모는 늘기는커녕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은 내년 중소기업 지원 정책자금 예산이 3조3355억원 규모로 올해 5조8555억원의 43%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밝혔다.

비슷한 시기 양국의 중소기업에 내려진 결정은 이렇게 상이했다. OECD 주요국가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5% 이상,고용의 60~70%를 차지하며 국가 경제에 있어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을 상기해 볼 때,우리 정부의 이와 같은 결정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강력한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국가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위상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 후,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 중소 벤처기업 육성 정책 등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차이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기업 경쟁력 수준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이라는 그늘에 가려져 햇빛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그라드는 중소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가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욱 크다. 최근 수개월간 매달 40만명 안팎의 취업자 증가세는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3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대기업에선 오히려 취업자가 한 해 전보다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일자리 창출을 기치로 내세워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던 이명박 정부의 일등 공신은 대기업이 아닌 속이 알찬 중소기업들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경제에 있어 사업체수,고용인원,부가가치,생산액 등에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 여부가 향후 한국산업 전체의 경쟁력 향상 문제 해결에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이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기업 구조의 영세성,생산직의 인력난,만성적 자금난 및 사업영역 확보의 어려움 등의 문제점을 안고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손을 들어 주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연구단체들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먼저 건실한 중소기업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활성화가 우선돼야 하며,정보화 선도 중소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학 및 연구 기관과의 연계를 맺고 경영 및 생산의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안정적인 경영 여건 조성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 할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경영여건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자원이 영세하고 한정적이다. 이때문에 중소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심층적인 연구와 계획 없이 단순한 운영자금의 지급으로 이뤄지는 정부 자금 지원 정책은 오히려 중소기업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의 특성을 파악하여 연구지원,마케팅 지원,수출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이 있어야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이 외에도 국내 중소기업에 성장의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우리가 중소기업이 갖는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탁상공론 격인 정책들만 줄을 잇는 것이다. 중소기업이기에 할 수 있는 분야와 영역은 얼마든지 있으며,대기업이 할 수 없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중소기업이다.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은 새로운 환경에 재빠르게 적응하면서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하여 유동적이면서도 놀라운 혁신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사회적 분업을 통한 경제 전체의 효율성 극대화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것도 중소기업이다. 현재 진행 중인 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를 강화시켰고,이것은 자연스럽게 전반적인 국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기(史記) 중 유협열전(遊俠列傳)에 '단소정한(短小精悍)'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작은 것이 정밀하고 세차다는 뜻으로,보이는 모습과 달리 다부지고 강한 면모가 있음을 가치는 말이다. 겉모양새는 작을지언정 속에 품고 있는 그 뜻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만큼 크고 깊은 국내 중소기업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를 한 번 더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는 중소기업이 가진 가능성을 지켜볼 때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