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1년 예산안과 함께 중기재정운용계획(2010~2014년)도 확정해 발표했다. 향후 5년간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한 청사진이다. 2013년부터는 순(純)재정수지를 균형 수준으로 되돌려놓고 2014년부터는 흑자 기조를 만들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적자로 돌아선 지 8년 만이다.

이는 향후 5년간 연평균 5%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란 가정에 따른 것인데,일각에서는 정부 계획이 낙관론에 바탕을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국가채무 비율 30% 초반으로

순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대상수지(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는 올해 30조1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7%다.

정부는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매년 줄여나가 2013년에는 GDP 대비 -0.4%(6조2000억원 적자)까지 낮출 계획이다. 재정적자가 GDP 대비 1% 미만이면 사실상 균형재정 상태로 볼 수 있다. 2014년에는 2조7000억원 흑자로 돌려놓을 방침이다.

국가채무는 올해 407조2000억원에서 2014년에는 492조2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연평균 4.1% 증가율이다. 하지만 나라빚 증가 속도에 비해 경제성장률 증가 속도(GDP 기준 연평균 5% 안팎)가 더 빨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매년 조금씩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올해 36.1%인 국가채무 비율은 2014년에는 31.8%로 떨어질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00.2%(2010년 기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상당히 양호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지출 통제가 관건

이 같은 전망을 달성하는 데는 정부 지출을 얼마나 통제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씀씀이를 줄이기 위해 각 부처가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재량지출을 매년 10% 정도 삭감하고 '신규 지출 요인이 발생할 경우 재원 마련을 의무화'하는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또 균형재정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매년 2~3%포인트 낮게 유지하는 재정준칙도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향후 5년간 국가채무 관리 계획을 별도로 만들어 내달 1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출 통제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재량지출보다는 복지지출처럼 규모가 훨씬 큰 경직성 지출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라며 "특히 서민생활 지원 등 돌발적인 지출 소요도 적지 않은 데다 정부 일각에서 거론되는 통일을 대비한 비용 지출까지 감안하면 지출 통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 낙관적이란 지적도

정부가 중기재정계획을 짜는 데 근거로 삼은 연간 5% 안팎의 성장률도 다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물가상승분을 포함한 명목GDP 증가율이 7~8%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근거로 향후 5년간 재정 수입이 연평균 7.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4.8% 수준으로 통제해 적자 규모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장률 전망과 세입 증가율을 정부가 너무 높게 잡은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세수입 증가율을 연평균 9.1%로 예상하고 총수입 증가율을 7.7%로 잡았는데 매우 높은 수치"라며 "계획대로 되면 좋지만 현실성은 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상당수 민간 연구소들은 내년 성장률이 정부 예측치(5% 내외)보다 낮은 4%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여력이 줄어든 데다 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도 다시 둔화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5%로 낮아지는 데 이어 2012년에는 4.2%,2013년 4.1%,2014년 4.0%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