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시는 말 그대로 두 눈의 시력에 차이가 나는 것을 뜻한다. '짝눈'이라고도 부른다. 의학적으로는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굴절이 다르거나 같은 종류의 굴절이라도 굴절도가 다른 증상'이다. 보통 굴절도가 2D(디옵터) 이상 차이가 나면 부동시로 본다. 예를 들어 오른쪽 눈이 + l.0D의 원시이고 왼쪽 눈은 -2.0D의 근시이거나 오른쪽 -3.0D의 근시에 왼쪽 -6.0D의 근시라도 부동시다.

부동시를 방치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잘 보이는 쪽 눈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다른 눈의 시력은 더욱 나빠져 물체를 주시하지 못하게 되고,이로 인해 약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한쪽 눈 위주로 쓰다 보면 거리 감각에 이상이 생기고 편두통을 앓을 수도 있다. 안경을 쓰면 어느 정도 개선되지만 두 눈의 차이가 클 경우 이른바 '안정피로(眼精疲勞)'를 일으켜 어지럼증과 집중력 저하，두통 등을 겪게 된다고 한다.

이런 불편함이 있다 보니 부동시는 병역면제 사유가 된다. 1971년 공포된 국방부령은 '두 눈의 곡광도(曲光度) 차이가 2D 이상 나는 부동시는 5급(면제)'이라고 규정했다. 그 때만 해도 시력 교정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기준이 느슨했던 편이다. 1999년부터는 시력 차가 5D 이상이라야 4급 판정을 내려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29일부터 인사청문회를 치르게 되는 김황식 국무총리 내정자가 부동시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때는 1972년이다. 당시 검사에서 한쪽 눈은 -7D，다른 눈은 -2D로 그 차이가 5D 였으나 2년 뒤에 받은 법관 임용 신체검사에서는 두 눈의 시력이 0.1，0.2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게 논란거리다. 법관 임용 신체검사는 약식으로 한 것이고,지금도 부동시라며 6D 차이가 나는 최근의 검사자료를 제출했다니 청문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사회가 꽤 맑아졌다지만 걸핏하면 터져나오는 게 병역면제 논란이다. 고급공무원, 부유층 자제,연예인,운동선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는 합법적으로 면제됐는데도 억울하게 여론의 질타를 받았을 테고,일부는 불법을 저지르고도 교묘하게 빠져나갔을 게다. 이유가 뭐든 우리 사회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이런 '3류 논란'에서 이젠 벗어날 때가 됐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