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이수창 사장 "13회차 계약유지율 90%에 도전…은퇴시장 선점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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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이 요즘 틈만 나면 강조하는 말이다. 멀리 바라보되 한수 한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의 바둑용어다. 이 사장에게 '대국(大局)'은 상장 시대를 맞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사의 체질을 바꿔가는 '소국(小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생명의 미래를 향한 그의 눈은 확신에 차 있다.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큰 한국 보험시장,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등이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손길과 발길은 현장에 닿아 있었다.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고 자율과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
"고객과 투자자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고 종업원에게는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국내 일등기업에 머물지 않고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겁니다. " 그의 머릿속에는 삼성생명이라는 바둑의 행마가 이미 그려져 있는 듯 했다.
▼국내외 시장의 많은 관심 속에 지난 5월 기업공개(IPO)를 마쳤습니다. 상장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상장 이전만 하더라도 전세계 상위 20개 생명보험회사 중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보험사는 삼성생명이 유일했습니다. 136조원의 자산 규모와는 걸맞지 않았던 셈이죠.이런 측면에서 볼 때 상장은 대외 신뢰도 제고를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보험산업도 삼성생명 상장으로 그 위상과 비중이 격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상장 이후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등을 두루 다녀 오셨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새로운 미래 성장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데 시사점을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나가보니 해외사업은 넓은 안목과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는 점,아시아 시장의 중요성 등 많은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특히 기존 고객 관리를 통해 해약을 막고 신계약 창출을 이뤄내고 있는 일본의 사례가 매우 유익했습니다. 성(城)을 쌓기는 어렵지만 허물어지기는 쉬운 법인데,일본 기업은 쌓은 성을 더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더군요. 한마디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선진 기업과의 교류를 계속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
▼상장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대에 부응할 만한 성장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성장,다시 말해 '내실있는 성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과 위상을 재현해 제2기 르네상스 시대를 열 계획입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계약유지율,설계사(FC) 정착률 등 영업 효율지표 개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84% 수준인 13회차 유지율을 90%대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신계약자 10명 중 9명이 1년 이상 보험을 유지하도록 만족도를 높여가겠다는 것이죠. 성장성 확보를 위해서는 보장성 보험 판매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개인연금 시장과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 은퇴시장을 선점할 계획입니다. "
▼상장 이후 직원들에게 많은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국내 1위사의 관점에서 벗어나 글로벌 일류기업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가지라고 얘기합니다. 내부보다는 외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죠.어학능력은 기본입니다. 일하는 프로세스도 개선하려고 합니다.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자율과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구축돼야 한다고 자주 강조합니다. 고객관리 마케팅 자산운용 등 각 부문을 포괄한 선진 정보기술(IT)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회사를 경영하는 데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고객입니다. 고객은 회사 손익의 원천이자 미래 성장의 발판입니다. 고객이 없으면 회사도 존재할 수 없죠.그런데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고객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을 아직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국가고객만족도지수(NCSI)에서 6연패를 달성하는 등 고객섬김 경영이 회사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지만,고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
▼취임 이후 출시한 통합보험과 모바일 영업이 업계에 화제가 됐습니다. 다른 보험사에도 확산되고 있고요.
"통합보험을 선보인 2008년만 하더라도 생명보험업계에는 통합보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험 1건에 생명보험의 다양한 보장을 담아내고 가족 서비스까지 통합한 상품을 내도록 했는데,고객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신 것 같습니다. 무선 노트북을 활용한 모바일 영업은 대면영업의 문화를 디지털 문화로 바꿔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보험산업은 '인지(人紙)산업'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 종이는 필요없게 된 셈이죠.고객 입장에서도 자신의 계약을 직접 설계하고 확인할 수 있어 만족도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
▼생명보험업계 1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한국 보험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지난 20년간 생명보험 시장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비슷한 연 9%대의 성장률(수입보험료 기준)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세대당 보장자산이나 연금자산을 보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세대당 보장자산은 9000만원으로 미국(5억7000만원)과 비교할 때 6분의1 수준에 불과합니다. 국내 보험산업이 포화시장이라는 시각도 있지만,앞으로도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많은 선진국들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상승하는 시기에 보험산업이 질적으로 성장했는데,국내 보험시장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