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본에 갔을 때 일이다. 당시 동아시아 국제정치 전문가로 한반도 문제에도 정통한 게이오(慶應)대의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는 "일본은 중국이 더 커져 제국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중화(中華)주의에서 보듯 자국 중심적이어서 대국이 되면 오만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중국은 자신이 아시아의 일원이 아니라 스스로가 곧 아시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한 조사 결과도 덧붙였다.

새삼 그의 말을 떠올린 것은 실제 중국의 위세가 대단해서다. 무엇보다 일본의 대중경계론이 그들 특유의 약간은 과장된 호들갑만은 아니라는 것이 최근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두 나라의 영토분쟁에서 입증됐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중단 위협 한마디에 맥없이 중국어선 선장을 석방하며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일본에서 중국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이미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1조3369억달러로 일본(1조2883억달러)을 앞질러 미국 다음으로 2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고성장을 감안할 때 일본의 재역전은 어렵다는 전망이고 보면 중국이 미국에 이어 주요2개국(G2)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공격적인 대외 행보다. 당장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정면으로 맞받아치며 환율전쟁을 벌이는 동시에 미 하원의 보복관세 입법에 대응해 미국산 닭고기에 10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으로의 확전까지도 불사하려는 태세다. 여기에 남중국해에선 아세안 국가들과 서사군도와 남사군도를 대상으로 대놓고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마치 작심하고 '슈퍼 차이나'로서 본색을 드러내는 듯한 양상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이렇게 힘만 앞세우다가는 조만간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짙다. 미국 · 일본에 유럽도 가세해 반중전선을 형성하는 상황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신냉전시대가 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는 중국이 자신이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버리지 않는 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지금 같은 세상에 상생과 호혜를 고려치 않는 리더십이 통할 리는 만무하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전략이다. 우리가 소규모 개방경제인 이상,이미 최대교역국이며 향후 경제가 더 커질 중국과 거리를 둬서는 미래를 생각하기조차 어렵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일본은 기침을 하고 한국은 독감을 앓게 된다고들 했지만,앞으론 중국이 헛기침만 해도 우리는 추위에 떨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한국이 장차 '글로벌 룰'과 '중국 룰' 가운데 어느 것을 따를지 관심이 많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3자가 봐도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 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한 북한이란 변수도 중요한 고려 요인임은 물론이다.

우리로선 일단 여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확대해 교역루트를 다변화하고 교역규모를 늘려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FTA가 빨리 시행되도록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 · 일본과의 FTA 협의도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 · 남미 등과의 협력 · 교류를 강화해 원유 희토류 등의 자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결국 우리 스스로 미래를 다각적으로 준비하고 개척하는 수밖에 없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