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비에서 침팬지를 연구한 지 50년이 되는데 인간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동물이 침팬지입니다. 그런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침팬지와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인간은 뛰어난 존재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왜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을까요?"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76 · 사진)는 28일 신간 《희망의 자연》(사이언스북스 펴냄) 한국어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물음을 던졌다. 구달 박사는 이날 "(인간이 지구를 망치는 것은) 지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오늘의 결정이 몇 세대 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아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 박사는 23세 때인 1957년 아프리카에서 세계적인 고고인류학자 루이스 · 메리 리키 부부를 만나 3년 뒤 탄자니아 곰비 지역 침팬지 연구팀에 발탁됐다. 이후 야생 침팬지 연구와 보호에 청춘을 바친 그는 1977년 제인구달연구소를 세워 침팬지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처한 위기 상황을 알리면서 서식지 보호에 앞장서 왔다.

이를 위해 그는 1년에 300일 이상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생태계 보존 및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희망의 자연》은 그가 세계 곳곳에서 멸종 위기종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동식물 및 그들의 서식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동안 수많은 멸종 위기종과 그들을 살리려는 생물학자,환경운동가들을 만났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검은울새예요. 이들은 암수 두 마리만 남아서 완전 멸종 직전까지 갔다가 현재 400개체까지 늘어났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새를 만났는데 5~8마리 정도까지 줄었다가 생물학자 등의 노력으로 종을 유지하게 된 사례가 많아요. "

구달 박사는 "우리 모두가 환경 보호에 참여할 때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희망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희망이 있다고 믿어도 모두가 참여하지 않으면 그 희망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기를 아끼는 등 개개인이 매일 조금씩 실천하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다녀보면 동물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게 됩니다. 얼마 전 방문한 그린란드에서는 빙하가 녹아서 북극곰이 위기에 처해 있고,제 고향인 영국에서도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늦어져 새들이 번식을 못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으니까요. 생태계는 거미줄이나 그물망과 같아서 그 끈이 파괴되기 시작하면 거미줄은 점점 약해지고 마침내 생태계 붕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구달 박사는 자연주의 교육과 환경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21개국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에 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방한한 구달 박사는 28일 KAIST 강연에 이어 29일 광릉 수목원을 둘러보고 30일에는 이화여대 경희대 등에서 강연한 뒤 내달 1일 출국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