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태부족…"1명 심사에 고작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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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관 1명이 1000명 보는 곳도…10월 1차합격 발표 시일 촉박
잠재력ㆍ창의성 살필 겨를 없어, "내신 먼저…" 부실심사 우려
잠재력ㆍ창의성 살필 겨를 없어, "내신 먼저…" 부실심사 우려
"대학 입학사정관인 제가 수시 지원자 1명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분입니다.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 등 각종 증빙서류를 꼼꼼히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다른 대학 입학사정관은 10분도 안된다고 들었습니다. "
서울 A대학 입학사정관 K씨는 "지난 27일부터 매일 오전 9시~오후 10시까지 꼬박 지원자 서류를 들여다 본다"며 "수백 명이 낸 산더미 같은 서류를 보름여 만에 성의껏 다 보는 것은 무리"라고 털어놨다. B대학의 C씨도 "입학사정관 전형의 본래 취지상 교과성적 등 계량화된 자료로 학생을 선발하면 안되지만 서류심사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들이 2011학년도 수시모집 입학사정관 전형의 정원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린 반면 입학사정관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탓이다. 자칫 부실심사 논란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원서류는 산더미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올 수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하는 주요 대학의 전임 입학사정관 수를 입수해 지원자 수와 비교 · 분석한 결과 전임 입학사정관 1명이 검토해야 할 학생 수가 최대 1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로 보면 한양대가 사정관 1명당 95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810명과 687명에 달했다. 한국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도 331~425명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한양대는 입학사정관 11명이 지원자 1만489명이 낸 엄청난 양의 서류를 다 훑어봐야 할 처지다. 무려 1만5397명이 지원한 고려대에서는 19명이 심사해야 한다. 연세대는 13명이 8935명을 심사한다.
서울대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으로 24명이 2107명을 검토해야 한다. 주요 대학 평균치를 보면 10명 안팎의 사정관이 400명가량의 지원자 서류를 봐야 한다는 계산이다.
특히 지원자 1명이 제출한 서류가 많게는 서너 박스에 달해 현재 사정관 수로는 학생들의 장단점을 비교 · 분석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입시철을 맞아 대학별로 20~40명가량의 교수 등을 위촉사정관으로 따로 선임했지만 전문성도 부족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신 좋은 학생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에 필요한 기간이 짧아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은 더욱 급해진 상황이다. 고려대는 세계선도인재 전형 등 입학사정관 전형 1단계 합격자를 내달 8일 발표한다. 수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일(9월13일)을 기준으로 보면 전형 기간이 한 달도 되지 않는 셈이다.
이 밖에 건국대(10월7일) 성균관대(11일) 한양대(13일) 경희대(18일) 이화여대(19일) 등 대부분 대학이 10월 초 · 중순께 입학사정관 전형 1단계 합격자를 발표해야 한다. 한 대학의 P사정관은 "검증 기간이 한 달 남짓에 불과해 수백여 명에 이르는 지원자들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기에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다"며 "(서류) 제출 시기를 앞당겨 평가 기간을 늘려야 하지만 고교 교육 파행 우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기준으로 선발한다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에 쫓긴 입학사정관들이 '학교생활기록부(내신) 성적'을 가장 중요한 전형 기준으로 삼고 다른 서류를 제대로 보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성적을 기준으로 하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도 반박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대학 관계자들도 "공정성 시비 때문에 입학사정관 전형 아래서도 내신 성적을 우선 선발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K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내신성적 등 학업적 요소를 갖다 대면 입학사정관 전형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지만 대학으로서는 일정 배수를 걸러낼 수밖에 없다"며 "애초 첫 지원 단계에서부터 적정 인원이 올 수 있도록 대학마다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임현우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서울 A대학 입학사정관 K씨는 "지난 27일부터 매일 오전 9시~오후 10시까지 꼬박 지원자 서류를 들여다 본다"며 "수백 명이 낸 산더미 같은 서류를 보름여 만에 성의껏 다 보는 것은 무리"라고 털어놨다. B대학의 C씨도 "입학사정관 전형의 본래 취지상 교과성적 등 계량화된 자료로 학생을 선발하면 안되지만 서류심사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들이 2011학년도 수시모집 입학사정관 전형의 정원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린 반면 입학사정관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탓이다. 자칫 부실심사 논란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원서류는 산더미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올 수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하는 주요 대학의 전임 입학사정관 수를 입수해 지원자 수와 비교 · 분석한 결과 전임 입학사정관 1명이 검토해야 할 학생 수가 최대 1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로 보면 한양대가 사정관 1명당 95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810명과 687명에 달했다. 한국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도 331~425명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한양대는 입학사정관 11명이 지원자 1만489명이 낸 엄청난 양의 서류를 다 훑어봐야 할 처지다. 무려 1만5397명이 지원한 고려대에서는 19명이 심사해야 한다. 연세대는 13명이 8935명을 심사한다.
서울대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으로 24명이 2107명을 검토해야 한다. 주요 대학 평균치를 보면 10명 안팎의 사정관이 400명가량의 지원자 서류를 봐야 한다는 계산이다.
특히 지원자 1명이 제출한 서류가 많게는 서너 박스에 달해 현재 사정관 수로는 학생들의 장단점을 비교 · 분석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입시철을 맞아 대학별로 20~40명가량의 교수 등을 위촉사정관으로 따로 선임했지만 전문성도 부족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신 좋은 학생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에 필요한 기간이 짧아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은 더욱 급해진 상황이다. 고려대는 세계선도인재 전형 등 입학사정관 전형 1단계 합격자를 내달 8일 발표한다. 수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일(9월13일)을 기준으로 보면 전형 기간이 한 달도 되지 않는 셈이다.
이 밖에 건국대(10월7일) 성균관대(11일) 한양대(13일) 경희대(18일) 이화여대(19일) 등 대부분 대학이 10월 초 · 중순께 입학사정관 전형 1단계 합격자를 발표해야 한다. 한 대학의 P사정관은 "검증 기간이 한 달 남짓에 불과해 수백여 명에 이르는 지원자들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기에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다"며 "(서류) 제출 시기를 앞당겨 평가 기간을 늘려야 하지만 고교 교육 파행 우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기준으로 선발한다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에 쫓긴 입학사정관들이 '학교생활기록부(내신) 성적'을 가장 중요한 전형 기준으로 삼고 다른 서류를 제대로 보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성적을 기준으로 하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도 반박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대학 관계자들도 "공정성 시비 때문에 입학사정관 전형 아래서도 내신 성적을 우선 선발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K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내신성적 등 학업적 요소를 갖다 대면 입학사정관 전형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지만 대학으로서는 일정 배수를 걸러낼 수밖에 없다"며 "애초 첫 지원 단계에서부터 적정 인원이 올 수 있도록 대학마다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임현우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