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공식선언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인수부담이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28일 현대차는 UBS와 CS증권 등 외국계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지며 3.10%(5000원) 떨어진 15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현대건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데 따른 심리적 부담감이 외국인 매도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계 RBS는 전날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는 비핵심사업에 대한 투자인데다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불러올 수 있어 투자심리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UBS는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가 아니어서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현대건설은 국내 1위인데다 현대차그룹이 여러 차례 인수 · 합병(M&A)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UBS는 또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상선 지분 8%를 현대그룹에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매각가 경쟁을 낮추고 부담을 줄이는 더 나은 방안이 될 것"이라며 "양측이 타협 없이 인수전에 열을 올릴 경우 인수가격이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치솟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UBS는 주가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 인수가격은 3조5000억원 내외로 추정되고,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현대차 현대모비스 글로비스가 인수에 직접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증권사들의 시각도 나쁘지 않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는데 실제 소요되는 자금은 1조2000억원에 그칠 것"이라며 "5조원이 넘는 보유 현금과 비교하면 크지 않은 규모"라고 진단했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도 "합리적인 가격 수준에서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그룹 내 현금성 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인수대금 유출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인수 후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도 어느 정도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