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회의 '하나마나'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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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6시간을 기다렸다가 의원들 얼굴도 못보고 그냥 갔어요. 오늘은 제발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요. "
2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위원회가 열린 국회 본청 638호 앞에서 만난 모 부처 차관은 기자를 보자마자 "의원들한테 결산 좀 빨리 해달라고 전해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전날 여야 의원들이 2009년 예산안 결산을 접어둔채 감사원의 4대강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회의를 늦게 끝내는 바람에 오후 9시 넘어 퇴근했다고 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공무원은 "국회에 결산안을 보낸 게 5월 말인데 이제야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결산안을 만지고 있으니…"라며 혀를 찼다. 그 옆방에서 결산안 처리내용을 보고 있던 다른 경제부처 차관은 "다른 것은 몰라도 언론에서 이것은 꼭 얘기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용은 이랬다. 국회법상 국회 예산결산 마감시기는 8월 말이다. 정부가 다음 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결산과정에서 지적된 내용들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다. 올해 국회는 이 기한을 훌쩍 넘겼다. 5월 말 정부로부터 결산안을 받았지만 6~7월 휴가일정과 8월 청문회 등의 일정 때문이었다. 9월 들어 부랴부랴 상임위원회를 열고 결산심사에 들어갔지만,302조원의 지난해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관심을 두는 의원들은 드물었다.
때문에 여러가지 지적 내용들,예컨대 내년 예산을 짤 때는 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 관련 사업비를 줄이라고 한 지적 등은 '하나마나' 한 지적이 되고 말았다. 국회가 이 같은 시정 내용을 확정하기도 전에 정부는 28일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해 버렸기 때문이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결산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나 궁금해 회의장에 들어가봤다.
회의장에서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고 갔다. "웅얼웅얼거리지 말고 똑바로 얘기하세요. 그리고 위원장 허락도 안 받고 혼자 맘대로 얘기하는 그런 태도는…"(민주당 A의원) "뭐라고.이게 어디다 대고…."(한나라당 B의원)
시장 한복판 같은 회의장을 빠져 나오니 복도에 있던 부처 공무원들은 "오늘도 볼 장 다봤다"며 한숨을 길게 내쉬고 있었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
2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위원회가 열린 국회 본청 638호 앞에서 만난 모 부처 차관은 기자를 보자마자 "의원들한테 결산 좀 빨리 해달라고 전해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전날 여야 의원들이 2009년 예산안 결산을 접어둔채 감사원의 4대강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회의를 늦게 끝내는 바람에 오후 9시 넘어 퇴근했다고 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공무원은 "국회에 결산안을 보낸 게 5월 말인데 이제야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결산안을 만지고 있으니…"라며 혀를 찼다. 그 옆방에서 결산안 처리내용을 보고 있던 다른 경제부처 차관은 "다른 것은 몰라도 언론에서 이것은 꼭 얘기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용은 이랬다. 국회법상 국회 예산결산 마감시기는 8월 말이다. 정부가 다음 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결산과정에서 지적된 내용들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다. 올해 국회는 이 기한을 훌쩍 넘겼다. 5월 말 정부로부터 결산안을 받았지만 6~7월 휴가일정과 8월 청문회 등의 일정 때문이었다. 9월 들어 부랴부랴 상임위원회를 열고 결산심사에 들어갔지만,302조원의 지난해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관심을 두는 의원들은 드물었다.
때문에 여러가지 지적 내용들,예컨대 내년 예산을 짤 때는 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 관련 사업비를 줄이라고 한 지적 등은 '하나마나' 한 지적이 되고 말았다. 국회가 이 같은 시정 내용을 확정하기도 전에 정부는 28일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해 버렸기 때문이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결산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나 궁금해 회의장에 들어가봤다.
회의장에서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고 갔다. "웅얼웅얼거리지 말고 똑바로 얘기하세요. 그리고 위원장 허락도 안 받고 혼자 맘대로 얘기하는 그런 태도는…"(민주당 A의원) "뭐라고.이게 어디다 대고…."(한나라당 B의원)
시장 한복판 같은 회의장을 빠져 나오니 복도에 있던 부처 공무원들은 "오늘도 볼 장 다봤다"며 한숨을 길게 내쉬고 있었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