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8일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3남 김정은을 공식화한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의 누이 김경희에게도 대장 칭호를 부여하는 등 '3대세습'을 위한 친족지도체제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후계자 공식화가 곧바로 권력이동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김정은 시대'가 사실상 개막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대 후반의 김정은이 예상보다 빨리 후계자로 전면 부상한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가 결정적인 변수였다. 김 위원장 유고 시 북한 체제가 급변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대내외 우려를 조기에 종식시켜 체제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후계자 공식 왜 서둘렀나

김정은의 후계 공식화는 김 위원장의 세습과정에 비춰보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22세에 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으로 일해오다가 32세에 정치국 위원,비서국 비서에 오르면서 후계자로 내정됐다. 그로부터 6년 뒤인 38세(1980년)에 정치국 상무위원,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임명되면서 공식 후계자로 등극했다. 총 16년이 걸렸다. 이에 비해 20대 후반인 김정은은 작년 1월 내부적으로 후계 지명을 받았으며 그로부터 2년도 채 되지 않아 후계자로 공식 추대됐다.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가 직접적인 계기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후계구도를 조기에 공식화 한 것은 그가 사망해도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다는 점을 서방에 분명히 각인시키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급변사태 시 '핵 관리' 문제는 동북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최대 잠재 불안요인이다.


◆김정은 세습 어떤 과정 밟나

김정은은 김 위원장 유고 시 곧바로 권력을 장악할 만큼 당과 군내의 기반이 강하지 않다. 김 위원장이 민간인인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은 군부의 충성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다. 또 군의 상위 정책지도기관인 당 중앙군사위원회나 국방위원회로 가기 위한 형식적 절차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유환 교수는 "김정은은 앞으로 김 위원장의 세습 때와 마찬가지로 △노동당 정치국 위원 또는 상무위원 △비서국 비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의 요직을 맡으며 당내 기반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정은은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한 2012년 정치국 상무위원 선출이 유력시 된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당 경공업부장)와 장성택(김경희 남편)의 측근인 최룡해 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경희는 김 위원장과 김정은의 교량역할을,최룡해는 당과 군의 교량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 경제사정이 지금 최악을 걷고 있다"며 "김정은이 전면에 나서면서 선군(先軍)정치를 강조하면서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개혁 · 개방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