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났지만 작황이 나쁜 배추와 무 값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배추 값이 치솟자 김치 제조업체들도 포장김치 값을 10% 이상 올릴 예정이다.

채소류 중에서도 시금치 상추 호박 등의 가격은 크게 떨어졌으며,사과 배 등 주요 과일 값도 급락하고 있다.

28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올 여름 무더위와 호우로 인해 생육이 더딘 고랭지 배추 및 무 가격은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배추 상품(上品) 1㎏ 도매가격은 3500원으로 열흘 전에 비해 78.5% 급등했으며,무 상품 1㎏ 도매가격도 같은 기간 37% 오른 1700원에 거래됐다.

김치 제조업체들도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저울질하고 있다. 대상FNF의 종가집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상폭은 10%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이달 안으로 포장김치 가격을 약 10%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F&B도 인상폭은 결정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보다 배추 수급을 해결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몇 해에 한번씩 반복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배추 및 무와 달리 재배기간이 짧아 단기간에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금치 상추 호박 등의 도매가격은 급락했다. 시금치 4㎏은 열흘 전에 비해 33.1% 하락한 2만8200원,상추(축면 품종) 4㎏은 44.4% 내린 3만7500원,호박(주키니 품종) 10㎏은 45.2% 떨어진 2만7400원에 팔리고 있다. 시금치 등의 가격이 단기 급락한 것은 추석을 전후해 날씨가 비교적 좋았기 때문이라고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과일 값도 크게 떨어졌다. 사과 홍로 품종의 상품 15㎏ 도매가격은 이날 6만원으로 추석 직전인 열흘 전에 비해 34.7% 하락했다. 신고 배 상품 15㎏도 같은 기간 16.5% 내린 4만400원에 거래됐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에서 이뤄진 경락가격 하락폭은 더 컸다. 전날 사과(홍로) 상품 15㎏ 경락가격은 평균 3만6886원으로 열흘 전보다 41.3%나 싸졌다. 배 경락가격도 같은 기간 46.8% 내려갔다.

인창수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전산정보팀 과장은 "선물 수요가 많은 사과와 배는 명절 직전에 오르다 명절이 지나면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데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수/심성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