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레이더] 전세수요 몰리는 용인 '빈집 대란' 풀리나
"입주 전인데도 전세 매물이 거의 동났네요. 일부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도 상승세고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활기가 도는 느낌입니다. "(용인 신봉동 K공인 관계자)

얼어붙었던 용인 주택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입주를 하지 않은 단지에도 전세 매물이 달리고 전용 85㎡ 이하 집값은 강보합세다. 올 들어 1만3000채가 넘는 '입주폭탄' 탓에 집값이 급락하고 빈집이 수두룩했던 몇 달 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강세 보이는 전셋값과 중소형 매매가

30일 입주를 시작하는 신봉동 센트레빌 · 동일하이빌 전용 124㎡ 전셋값은 한 달 전 1억80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다가 최근 보름새 2억2000만원으로 뛰었지만 매물이 거의 없다. 용인 수지구에서 전용 60㎡와 85㎡가 상대적으로 많은 풍덕천동에선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춰 호가만 뛰고 있다. 성복동 동천태양공인 박찬식 사장은 "전용 85㎡ 기준으로 전셋값이 판교 3억3000만~3억4000만원,분당 2억4000만~2억5000만원,용인 1억7000만~1억8000만원 선"이라며 "비슷한 생활권인데 전셋값 차이가 커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중소형 집값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름 사이 죽전동 도담마을 아이파크 85㎡와 상현동 성원2차 60㎡ 등은 각각 250만원과 500만원 오른 3억3000만원과 1억9500만원 선에 거래됐다. 신봉동 신봉센트레빌 전용 84㎡가 분양가(4억5800만원)를 거의 회복하는 등 입주 예정단지의 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도 줄었다.

◆입주 줄고 전철 개통으로 기대 높아져

용인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것은 내달부터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 아파트 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 입주물량(1만3209채)의 22.6%인 2988채에 지나지 않는다.

동천 · 성복 · 상현 · 풍덕천 · 죽전동 등 용인 수지구의 교통여건 개선도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작년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용인에서 서울 강남권까지 도달 시간이 40~50분에서 20분으로 줄었다. 2015년 신분당선 연장선(분당 정자~수원 광교)이 운행되면 수지구의 상당수가 전철 생활권이 된다.

◆전반적인 매수세는 여전히 취약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값 강세와 수급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용인 주택시장이 회복국면에 접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인 수지구 아파트의 60~70%를 차지하는 중대형이 계속 하락 중인 데다 중소형 매수세도 입지여건이 좋은 일부 단지에 몰리고 있어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연구실장은 "중소형 매수세가 약하고 주력단지가 최근 매수세가 부진한 전용 125㎡ 이상 대형이어서 집값 본격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판교와 분당도 하락세여서 이들 지역의 배후지인 용인 집값만 나홀로 상승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 전망이 불투명해 전셋값 상승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중소형 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은 내년 상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전체 흐름과 같이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