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현정은 회장 측이 자사주를 활용, 의결권을 높이면서 지분 경쟁에 대비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전일 시간외 거래를 통해 자사주로 추정되는 90만주를 넥스젠캐피탈에 주당 4만9500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자사주 보유지분은 기존 3%에서 2.4%로 감소하는 대신, 현 회장의 현대그룹 측 지분율은 기존 40.2%에서 40.8%로 소폭 높아졌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특정인에 넘어갈 경우 의결권이 살아난다. 이번에 지분을 인수한 넥스젠캐피탈은 외국계 금융사로 현대상선과 공동보유자로 묶여 있어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넥스젠캐피탈은 넘겨받은 지분 중 10만주를 재매각했는데, 이 지분이 어디로 넘어갔는지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대상선의 자사주 매각은 경영권 방어적 성격으로 풀이된다.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까지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KCC 등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은 현재 30.5%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로지엠(현대택배), 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형태여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범(汎)현대가가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가져올 경우 현대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강성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누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현대상선의 지분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자사주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현대그룹 측이 경영권 방어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