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애널리스트는 월세 아파트에 산다. 주택 구입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에 돈을 묶어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A애널리스트는 전세자금도 아깝다고 생각해 그 마저도 월세를 택했다. 오랜 자취와 유학 생활 등으로 월세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금융자산을 잘만 이용하면 매월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B증권사 직원은 몇 년전 오피스텔에 투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금은 분양가에도 못 미치고 있지만 그나마 집보다 오피스텔에 투자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월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주변 개발 호재도 있어 조만간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피스텔이 호재를 타고 분양가를 웃돌게 되면 얼른 팔아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덜어버리고 금융자산으로 옮겨탈 생각이다.

C투자자문사 임원은 올해 초 여의도 주상복합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다. 가격이 떨어진 강남지역에 집을 구입할까도 생각했지만 부동산보다는 돈을 손에 쥐고 굴리는 게 낫다고 결정했다.

부동산 공화국의 위상 추락에도 우리나라 가계자산은 여전히 부동산에 집중돼 있지만 여의도 증권맨들은 발빠르게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최근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등 4개 가계자산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에 치중돼 있다. 전체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금융자산 비중은 한국의 경우 20%수준에 불과했지만 미국, 영국, 일본은 45~65%대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가계 금융자산 내에서도 현금, 예금에 비해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 경제의 최일선에 있는 증권맨들은 부동산보다 금융자산을 선호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 금융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그만큼 강세장에 대한 확신은 있는 반면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 하반기 들어 금융자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들 자금으로의 이동이 증가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저축 전망 지수는 6월 이후 9월까지 4개월 연속 100을 웃돌고 있고 주식가치 상승 기대감을 반영하는 전망 지수 역시 8월과 9월 각각 103과 100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