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던 전기전자업종이 강하게 반등에 나서면서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모처럼 외국인과 기관이 전기전자업종을 쌍끌이 매수하고 있어, 상승 추세가 지속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추세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9일 오후 2시 27분 현재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전날보다 3.23% 오르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나흘만에 반등이다.

삼성전자도 3% 이상 오르며 나흘만에 반등에 성공, 77만원선을 회복했다. 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삼성전기, 삼성SDI 등도 1~5%대 강세다.

이달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195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도 전기전자업종을 3161억원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기관과 함께 사자에 나서면서 전기전자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전기전자업종을 2672억원, 667억원 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이같은 매수세는 그동안 주가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IT섹터의 시장대비 상대 주가수익비율(PER)은 2002년 이후 평균치의 73%에 머물 정도로 저평가 정도가 심하다. 이는 2002년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추세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IT섹터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와 이익조정비율, 장단기 전망차 등 시장의 기대감은 꾸준히 약화되고 있다"며 "전기전자 업종의 시장 주도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 내구재 재고판매비율에 있어 전자제품 부문은 특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최근 IT업종의 가동률이 반등했고 연말 쇼핑시즌 등 수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이벤트도 남아 있다"며 "밸류에이션 매력도와 최근 글로벌 증시의 양호한 분위기를 함께 감안하면 업황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반등 기대감 정도는 남겨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IT주들 주가가 최소한 바닥은 지났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그동안 전기전자업종 주가가 많이 하락하면서 어닝 모멘텀 둔화를 상당히 반영했다"며 "주가가 더 이상 크게 빠질 룸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 사유로 △IT주들이 실적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점 △기관들도 이미 IT 비중을 많이 줄여놓은 상태라는 점 △미국 소비 부진도 바닥을 지났다는 점 △PC 판매 등도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들었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도 "4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던 IT주는 오늘 반등으로 인해 향후 트렌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모습"이라며 "장중 발표된 중국 구매자관리지수(PMI)의 호전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증권사들의 IT주들에 대한 눈높이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하이닉스에 대해 D램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원에서 2만8000원으로 내려잡았다. 매수 투자의견은 유지.

서원석 NH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이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0% 하락했지만 4분기에는 PC업체들의 D램 재고 조정이 본격화되며 23% 하락할 전망"이라며 "2011년 4월까지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진 후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NH증권은 하이닉스의 연결기준 2010년 3분기 실적 전망을 매출 3조1400억원, 영업이익 9200억원, 순이익 1조100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예상보다 낮아진 D램 비트 그로스, 큰 폭의 NAND 가격 하락을 반영한 것이다. D램 가격 하락 가속으로 4분기 매출도 2조8900억원, 영업이익 6230억원, 순이익 6200억원으로 실적 전망을 내렸다.

NH증권은 글로벌 TV, PC 수요 증가 둔화 등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2010년 3분기 실적 전망을 연결기준 매출 41조원, 영업이익 4조9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는 각각 44조300억원과 5조5600억원이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