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와 전문경영인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궈메이(國美)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경영권 탈환을 노리던 황광위 전 회장 측의 제안을 대부분 부결시키면서 현 경영진에 위임됐던 증자 권한도 취소시켰다. 천샤오 현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게 됐지만 황 전 회장도 안정적으로 대주주의 지위는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양측은 언제든지 다시 다툼을 벌일 수 있게 된 셈이다.

▶ 본지 9월29일자 A12면 참조

언론은 이번 주주총회의 승자로 '소액주주'들을 꼽고 중국 기업에 대한 인식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궈메이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가전 유통업체다.

"이성이 감성을 눌렀다. " 29일 중국 언론들이 전한 궈메이 주주총회 기사 제목이다.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이성'이 전통관념인 도덕성(의리)을 대변한 '감성'을 이긴 결과라는 것이다. 중국경영망은 "그동안 인터넷 등에서는 천 회장에 대해 신의를 저버린 사람이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그러나 그들은 네티즌일 뿐 주주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주주들 입장에서 보면 황 전 회장이 대주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14년형을 선고받아 경영을 하기에는 문제가 있고,그가 내세운 이사 후보들은 천 회장에 비하면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주주들은 회사 이익 극대화를 위해 천 회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주주들은 현 경영진이 추가 증자를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주주가치의 희석을 막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주주총회의 결과는 소액주주들의 뜻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며 "궈메이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더욱 투자할 만한 기업이 됐다"고 평가했다.

WSJ는 "경영권을 지킨 천 회장이 절대적인 승리를 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이 주주들로부터 위임받아 최대 자본금의 20%까지 주식을 추가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을 취소해 달라"는 황 전 회장의 요구가 주총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회사 규정에 따르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언제든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황 전 회장 측은 전열을 가다듬은 후 경영권 탈환을 재시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양측이 결국은 타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경영망은 "황 전 회장 측이 천 회장을 밀고 있는 2대주주인 베인컴퍼니(지분 9.98%)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길 희망하고 주주들도 이를 바라고 있는 만큼 결국 양쪽이 손을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