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때 공장에 들어갔습니다. 키도 작고 까까머리를 한 저에게 선배들이 '엄마 젖 좀 더 먹고 오라'고 놀리더군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습니다. "

이 소년은 종업원 60명에 87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 사장이 됐다. 바로 김대인 대흥제과제빵기계 대표(55 · 사진)다. 그는 독일의 특수 냉각장치 시스템을 국산화하고 수입에 의존해 오던 제과제빵기계인 도우컨디셔너(빵반죽 숙성기)의 제어시스템 및 발효기용 노즐분사식 가습시스템 등을 국내 최초로 디지털 방식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김 대표를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부친이 사업에 실패하자 학교를 그만뒀다. 4남매의 장남으로서 생계 유지에 나서야 했다. 그는 충무로의 수도 · 냉동기기 설비회사에서 청소와 같은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돈을 벌려고 뛰어들었지만 기계를 만지니 재미가 붙었습니다. 어린애라고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에 매달렸죠."

이후 김 대표는 전국 각지로 출장을 다니며 영업 노하우도 익히는 등 9년여 동안 일을 한 후 공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은 거푸 실패했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고 생각한 그는 선배가 운영하던 설비회사에서 일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5년 후 다시 시작한 설비업체는 SKC의 냉동기계 보수용역업체로 지정되면서 10년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자금 여유가 생기자 평소 염두에 뒀던 제과제빵기계 제조에 뛰어들었다"며 "연구 4년 만에 도우컨디셔너 개발에 성공했고 CJ 제일제당측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가 개발한 도우컨디셔너와 오븐기는 미국과 일본,베트남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김 대표는 "능력 있는 사업가보다 훌륭한 기능인으로 불리고 싶다"며 앞으로 자신처럼 어렵게 사는 기능인 후배를 위한 장학사업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