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나흘째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3원 내린 1142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5월14일 종가인 1130.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서울 환시는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미 달러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는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과 가파른 내림세를 저지하기 위한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수요가 맞서는 모습이었다.

전날보다 1.7원 오른 1148원에 장을 시작한 환율은 이내 역외 매도세에 힘입어 내림세로 돌아섰다. 1140원대 초중반에서 제자리걸음을 걷던 환율은 오후 들어 수출업체의 월말 네고물량과 역외 매도세가 꾸준하게 나오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1140원에 바짝 다가갔다.

이후 1140원대 아래쪽으로 진입하며 장중 한때 1139.8원까지 내려갔다. 이 역시 지난 5월14일 장중 저점인 1127.2원 이후 처음이다.

장 막판 당국의 개입성으로 추정되는 매매가 1140원에 지지력을 제공하며 환율은 1140원대 초반으로 다시 올라선 채 장을 끝냈다. 역외 쪽 일부도 숏커버(달러 재매입)로 돌아서며 환율 아래쪽을 지지했다.

이날 환율은 1139.8~1140.5원 사이의 변동폭을 나타냈다.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대내외적으로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시장에서 숏마인드(달러 매도 심리)가 강한데다가 수급 면에서도 역내외 매도세가 활발했던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변지영 연구원은 "다만 이날 서울 환시는 장 후반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과 일부 저가 매수세에 낙폭을 제한당했다"며 "단기적으로 거래 수준에 대한 부담감과 개입 경계감에 1140원선이 지지력을 유지할 듯하다"고 풀이했다.

이어 "시장 분위기가 아래쪽으로 쏠려 있지만 1140원이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하락 추세 안에서 소폭의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양적완화조치에 대한 기대로 미 달러화는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큰 폭으로 떨어지며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9월 소비지신뢰지수는 전월 53.2와 전문가 예상치인 52.1을 크게 밑도는 48.5로 집계됐지만 경기회복 둔화에 따라 FRB가 추가로 국채를 대규모 매입할 것이란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서울 환시 개장과 맞춰 발표된 한국은행의 지난달 경상수지는 20억7000만달러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지만 흑자 규모는 전월보다 37억5000만달러 줄었다. 다만 연간 목표치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며 환시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48포인트(0.56%) 상승한 1866.45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1.87포인트(0.38%) 오른 489.61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는 345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수급 면에서는 장 내내 역내외 매도세가 꾸준했지만 막판 일부 저가 매수세와 숏커버성 움직임이 나왔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 약세 흐름에 증시까지 강세를 나타내자 역외 매도세가 강했다"며 "다만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수요에 1140원을 유지하면서 일부 숏커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140원선에 대한 거래 수준 부담감도 커진 상태라 이후 낙폭도 제한적일 듯싶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상승폭을 넓히며 오후 4시27분 현재 1.36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83.59엔을 기록하며 지난 15일 일본 당국의 개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