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북한은 28일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했다. 이번 북한의 당대표자회는 198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공식행사인 만큼 여러 가지 추측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정일의 후계체제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지만,후계자 출발을 '대장'의 군사칭호를 붙여주는 방식으로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당대표자회 개최의 의미와 메시지는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북한체제의 후계자로 공식 데뷔한 김정은의 첫 번째 직함이 '대장'이라는 군사칭호를 '올려받은' 사실은 상징적이다. 강성대국의 기조 하에 '선군정치'와 '선군사상'을 전면에 걸고 있는 북한정권으로서는 일종의 수순일 수 있지만,권력승계를 통해 기존의 김정일과는 뭔가 차별적인 것을 기대하는 내외의 시선에서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대장'으로 출발한 상징성은 김정은 자신에게도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난관 극복과정에서 군사적 과격성을 통해 정당성을 창출하는 방향으로의 유혹을 받기 쉽다.

둘째, 후계자 지명 방식이 보여주는 북한 정권의 조급성이다. 만약 이번 이벤트성 전당대회가 김정일 후계체제의 공식화를 염두에 둔 것이 맞다면 이는 북한정권 통상의 정책결정방식에서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다. 이런 파격성은 두 가지를 예상케 하는데,하나는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우려할 수준일 가능성이고,다른 하나는 조급하게 뭔가 빨리 후계 구도를 매듭지어야 할 내부적 결과의 가능성이다. 피비린내 났던 과거 김정일 권력승계 과정을 감안한다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권력 내부의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북한정권 스스로 밝혀온 후계자 승계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후계자로서 김정은이 북한주민들로부터 얻어야 할 확산지지의 자원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여러 가지 요인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할 수는 있지만 정치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역량 문제다. 내외적 환경과 함께 지난 해 11월 단행된 화폐교환조치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정권 지지도는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냉소적으로 만들 수 있다.

넷째, 남북한 관계에서 볼 때,북한의 후계 구축과정은 안보상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이다. 1968년 1 · 21 청와대 기습사건과 그 해 10월께의 울진 · 삼척 무장공비사건 등은 당시 김정일로의 권력승계를 둘러싼 갈등의 결과물이었다. 김일성-김정일 권력세습 과정을 놓고 볼 때,김정은으로의 그것은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며 잠재적인 폭발위험성은 무수히 많다. 이런 와중에서 남북한 군사적 긴장상태는 항시 유용하고 가장 쉬운 대안일 수 있다. 북한의 권력승계 시기는 우리의 국가비상 시기인 셈이다.

다섯째,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란 측면에서 최근 촉발된 '통일세' 논의를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비용 논의는 두 가지의 카테고리가 있다. 하나는 북한의 급변사태 차원이고,다른 하나는 국제정치적 차원이다. 하지만 최근 논의는 주로 비용계산과 재원 마련에 국한된 감이 있다. 북한의 권력승계라는 위해 요소가 현안으로 등장해 있는 만큼,'통일세' 논의는 한반도 평화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활용 재원으로 승화시키는 방안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국가이익 차원에서는 일단 북한의 권력승계가 연착륙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통일세 논의도 국제적 성격을 띠는 가칭 '북한개발협력펀드' 같은 기금 조성사업의 가능성까지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조원 중앙대 정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