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경기 우려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신뢰지수 등 경제지표가 미국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만간 장기국채 매입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28일 발표된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중 미국 20개 도시의 평균 주택 가격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2% 상승했다.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률은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개 도시 중 10개 도시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주택 가격이 하락해 지역별로 가격 움직임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크 팬들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주택 가격이 좀 더 떨어질 것 같다"며 "주택 가격 하락이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실업자가 증가해 수요가 위축된 데다 직장이 있는 사람들도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매수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에 압류당한 주택들이 시장에 나와 매물 압력이 커지면 주택 가격을 떨어트릴 수 있다.

미국 소비심리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콘퍼런스보드가 이날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48.5로,전달 수정치(53.2)보다 크게 낮아졌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다. 일자리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콘퍼런스보드는 설명했다.

기업인들도 미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미국 최고경영자(CEO) 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인들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1.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3개월 전 조사 때(2.7%)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고용을 늘릴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31%로,3개월 전에 비해 8%포인트 낮아졌다. 그만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로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독일과 영국의 탄력적인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재정 감축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이날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국채 금리가 199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국가부도 우려가 확산됐다.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FRB의 양적완화 정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퍼져나갔다. FRB는 최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필요할 경우 양적완화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