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야당 노동당의 미래를 위해 다짐했던 밀리밴드 형제의 굳은 형제애가 당수 선출 나흘 만에 흔들리고 있다. 노동당은 경선 효과로 3년 만에 처음으로 집권 보수당의 지지도를 앞서는 등 좋은 출발을 했으나 이들 형제는 벌써 분열을 보여 노동당의 험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형인 데이비드 밀리밴드(45)가 28일 맨체스터에서 열린 노동당 회의에서 새 당수인 동생 에드(40)를 비꼬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고 이로 인해 형제 간 불화가 일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29일 보도했다. 에드가 이라크 파병에 동의했던 과거 집권 노동당의 잘못을 지적한 게 데이비드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에드의 발언이 영국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던 당시 집권당인 노동당원으로 정부관료였던 데이비드를 겨냥한 것으로 비쳐진 탓이다.

이라크전 파병 등을 비롯해 형제 간 분열은 경선 전부터 감지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들은 누가 당수가 되든지 상대방을 돕기로 의견 일치를 봤다고 강조해왔으나 속마음은 달랐다. 영국 언론들은 경선에서 떨어진 데이비드가 당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에드는 BBC 인터뷰에서 "형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할 것인지는 정해진 바 없으며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새 당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보다 책임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에드는 "근로자들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영국의 '근로시간'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해 향후 재계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텔레그래프는 내다봤다.

한편 노동당은 경선 효과에 힘입어 정당 지지도에서 보수당을 3년 만에 처음으로 앞섰다. 여론조사 기관인 유거브 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가 노동당 40%,보수당 39%,자유민주당 12%로 나타났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