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9일 대형 정보기술(IT)주의 급등에 힘입어 연중 최고점을 이틀 만에 경신했다. 최근 증시는 주요 업종이 돌아가며 지수를 밀어올리는 '물레방아 장세' 성격을 띠고 있다. 이번엔 그동안 소외됐던 IT주가 전면에 나섰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4분기 중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 데다 주가가 충분히 조정을 거친 덕에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유동성의 힘으로 지수는 내달 1950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IT주 영향력이 예전보다 약해져 화학 조선 정유 기계 등 업종이 상승장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IT주 '화려한 컴백'

돌고 도는 물레방아 장세…이젠 IT가 이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0.48포인트(0.56%) 상승한 1866.45로 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가 추가 경기부양책 기대로 올랐다는 소식에 상승 출발한 지수는 장중 1873선까지 치솟는 강세를 보였다. 개인과 기관이 차익 매물을 내놨지만 외국인이 3630억원어치 사들이며 11일 연속 순매수로 상승장을 이끌었다.

업종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된 IT주가 단연 돋보였다. 삼성전자가 3.62% 오른 것을 비롯 LG디스플레이(5.05%) LG전자(1.04%) 하이닉스(2.34%) 삼성전기(3.78%) 등이 동반 상승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를 2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삼성전기 LG이노텍 삼성SDI 등도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상위권에 포진했다.

전문가들은 IT주의 발목을 잡았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의 가격 하락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강한 반등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1기가급 DDR3의 고정가격이 2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대만 후발 업체가 제조원가를 위협받게 되므로 추가 가격 인하폭은 크지 않다"며 "4분기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반전할 것으로 기대돼 반도체주 비중을 확대할 시기가 왔다"고 평가했다. 안 연구원은 "D램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 감소는 후행적 관점에 불과하며 이제는 글로벌 경기와 같은 선행지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TV,노트북,모니터용 패널 가격은 이달 상반월(1~15일)에는 전 반월 대비 3~6% 떨어졌지만 하반월 들어선 하락률이 1~2%로 줄었다. 황준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황이 최악의 국면을 통과하고 있다"며 "4분기부터 패널 가격은 안정세를 찾으며 업황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IT주 가세로 지수 추가 상승 시도

돌고 도는 물레방아 장세…이젠 IT가 이끈다
주요 증권사들은 IT주 반등과 유동성을 앞세워 지수는 내달에도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소외됐던 IT업종까지 가세할 경우 지수의 추가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이번 주말에 발표될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도 개선될 가능성이 커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외국인의 순환매 자금이 가격 부담이 덜한 IT주로 이동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패널 재고가 많지 않아 글로벌 수요가 조금만 살아나면 제품 가격 하락도 멈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IT주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IT주는 하반기 들어 줄곧 조정을 받아 당분간 추가 상승 여력은 있다"며 "기술적 반등인지 추세 상승인지는 3,4분기 실적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수가 단기 급등한 점을 감안해 포트폴리오를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효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주가가 많이 오른 자동차와 중국 내수 관련주 등은 비중을 점차 줄이는 전략을 고려할 때가 됐다"며 "조선 화학 정유 등 업종은 여전히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