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자국의 통화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가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칸 총재는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경기 하강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며 "다음 달 8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 · 세계은행 연차총회와 11월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히케 메이렐레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도 이날 런던 기자회견에서 "일부 국가들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심각한 통화문제가 명백히 있다"며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논의할 수 있겠지만 (중국 위안화 등) 특정 국가의 환율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윤 장관의 언급은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미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속도가 지나치게 느려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한 발언에 뒤이은 것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G20 의장국인 한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이 때문에 한국이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환율 문제를 다루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의장국인 한국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는 여전히 G20 회의를 위안화 환율 문제 해결의 계기로 활용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칸 총재는 "각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성공을 거둘 것 같지는 않다"며 "소규모 개입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 뿐 아니라 대규모 개입은 무역상대국으로부터의 보복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마땅한 해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는 것과 같은 환율전쟁이 일어날 위험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인민은행은 29일 기준환율을 달러당 6.6936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994년 이후 최고치를 또 경신한 것이다. 중국은 미 의회의 위안화 환율 조작에 대한 보복법안 표결을 앞두고 절상을 용인하는 분위기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