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전시공간이 완성됐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

주류 전문회사 하이트 · 진로그룹의 이장규 대표이사 부회장(59 · 사진)은 미술분야에서 메세나 활동을 막 시작한 최고경영자(CEO)다.

서울 청담동 본사 건물에 '아트 사랑방' 역할을 하는 전시공간 '하이트컬렉션'을 오는 8일 개관하는 그는 30일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21세기 기업 경영에서 미술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컬렉션'은 하이트문화재단이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3개 층에 이르는 1499㎡(약 453평) 규모로 만들었다. 개관전으로 '권진규-서도호'전을 오는 11일부터 연다. 이를 기점으로 하이트 · 진로그룹 본사 빌딩은 미술관급 전시장을 확보해 예술공간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루이비통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것은 일본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가 참여하면서부터였죠.이처럼 패션회사가 미술관을 개관한다면 일반인들이 쉽게 수긍할 수 있겠지만 주류회사가 미술전시관을,그것도 회사 내에 개관한다면 '의외성' 때문에 한번쯤 의문을 던질 겁니다. "

그는 '주류회사와 미술전시관'이라는 의외성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문화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키워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과 주류 문화는 상반된 것 같지만 의외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알찬 기획전을 통해 관람객의 호응을 얻으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직원들의 상상력까지 자극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단순히 술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문화가 담긴 술을 사서 마시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게 미술 마케팅의 힘이라는 얘기다.

그가 미술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하반기.재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영입된 그는 고 박경복 명예회장의 미술에 대한 애착과 박문덕 회장의 미술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하이트문화재단을 만들었다.

"선대 회장님의 수집품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사회적 나눔'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초보적인 수준이죠.전시공간 설립 과정에서 재원,위치 등이 만만치않더군요. 재원은 선대회장의 보유주식을 활용했구요. "

하이트 · 진로는 '명품에는 영역의 한계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조각가 권진규씨를 국제적인 조각가로 키운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국보다 일본에 더 잘 알려진 권씨의 예술세계를 차분히 연구할 겁니다. 이를 위해 조만간 권진규미술관 설립도 검토 중이죠.매년 2~3회 정도 권씨의 작품과 유망한 국내 작가의 기획전을 열 계획입니다. "

이 같은 전시를 통해 아트와 상업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과 만남을 통해 회사의 활력을 북돋울 방침이다. "전시장에 그동안 수집한 권씨의 작품 45점을 설치해 놨어요. 고객과 직원들에게 돈보다는 예술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죠."

그의 예술사랑은 공익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그림을 통해 감사와 나눔을 실천한다는 뜻에서다. 이는 하이트의 성장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이트문화재단은 삼성그룹을 벤치마킹해 나갈 겁니다. 기업 문화 발전을 도모하면서 공익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문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