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선보인 대표 모델은 '레인 드 네이플' 시리즈의 8978BB(사진)다. 브레게가 200년 전 나폴리의 왕비이자 나폴레옹의 여동생인 카롤린 뮤라에게 세계 최초의 여성용 손목시계를 만들어준 것을 기념해 제작한 시계다. 여성용 시계로는 드물게 매시간 정각에 종을 울려 시간을 알려주는 '오토매틱 스트라이크'라는 기능이 장착됐다. 0.14캐럿짜리 다이아몬드로 시계 테두리를 장식했으며,시계 뒷면에는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을 새겨넣었다. 가격은 1억8194만원.같은 라인의 8967ST 모델은 오토매틱 스트라이크 기능과 다이아몬드 장식을 넣지 않아 가격이 1820만원이다.
'타입 22' 컬렉션의 3880ST도 주목할 만한 모델이다. 이 제품에 들어간 무브먼트는 1분당 10㎐(헤르츠)의 속도로 회전한다. 5㎐ 안팎인 일반 고급시계보다 2배가량 빨리 회전하는 셈이다. 무브먼트가 빨리 회전할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실리콘으로 만든 부품을 사용한 덕분에 마모도 덜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자기장에 강한 실리콘의 특성상 TV 등 전자제품 가까이에 둬도 상대적으로 고장이 덜 난다. 가격은 2366만원.
브레게는 이번 전시회에 본사 수석 인그레이버(시계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사람)인 스테판 우베르(38)를 초청했다. 브레게가 만든 모든 시계에는 우베르 등 8명의 인그레이버가 직접 손으로 새긴 장식이나 브랜드 이름,시리얼 넘버 등이 담겨 있다. 인그레이버 경력 22년차인 우베르는 "기계로 작업하면 한 방향으로만 글씨와 문양을 새길 수 있어 여러 방향에서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수작업에 비해 매무새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교하고 독특한 인그레이빙은 브레게를 다른 시계와 차별화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