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애플이 폴라로즈 인수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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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스웨덴 폴라로즈를 인수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폴라로즈는 직원이 20명도 안 되는 신생 기업 .애플이 이 조그만 기업을 인수하는 까닭은 뭘까. 한마디로 '기술사냥'이다. 폴라로즈가 갖고 있는 얼굴인식 기술을 산 것이다. 이 기술을 차세대 아이폰에 적용하면 폰을 들이대기만 해도 파인더 속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이 기술을 보강하기 위해 신생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많다. 아이폰4의 HDR 사진 기능도 영국 신생 기업 임센스를 인수해 적용했다. 아이패드와 아이폰4의 핵심 부품인 A4 프로세서도 그렇다. 미국 신생 기업 인트린서티를 인수해 완성했다. 애플은 자기네한테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는 신생 기업이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과감하게 인수한다.
애플뿐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강자들은 너나없이 신생 기업 기술을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인력과 예산의 상당 비율을 연구 · 개발에 투자한다고 알려진 구글도 예외가 아니다. 연구소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내놓지만,부족한 기술은 신생 기업 인수를 통해 확보한다. 안드로이드폰에 들어가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도 신생 기업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완성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 회사 설립 3,4년 만에 비싼 가격에 매각하면 "성공했다"고 박수를 쳐준다. 신생 기업이 대박을 터뜨리면 이를 보고 인재와 자금이 몰려들고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낸다. 자연스럽게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된다. 미국이 실리콘밸리 벤처 붐이 꺼진 뒤 10년 만에 세계 테크놀로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기에 있다.
우리는 한때 'IT(정보기술) 강국'이라고 자부했지만 현재 벤처 생태계는 실리콘밸리와는 딴판이다. 신생 기업이 팔리면 망했다고 생각하고,대기업의 신생 기업 인수를 나쁘게 보는 정서도 남아 있다. 신생 기업은 애써 기술을 개발하면 대기업이 치고들어온다고 하소연하고,대기업은 인수할 만한 신생 기업이 없다고 말한다. 벤처캐피털은 인수자가 제값을 쳐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린다.
미국 실리콘앨리인사이더(SAI)라는 매체는 최근 '디지털 100: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신생 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1위,징가 2위,트위터 6위….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중국 기업도 서너 개 포함됐다. 한국 신생 기업은 하나도 없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는 '아시아 톱 50 앱(응용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인도네시아산이 14개,한국산은 1개다.
작년 말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온 뒤 벤처 생태계에 관해 얘기가 많다. "이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도 하고 "실리콘밸리와 같은 벤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대 · 중소기업 상생'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두 마디 말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문제를 인식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벤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자고 하면 정부는 규제방안부터 내놓는다. 그러나 지금은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공정한 게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하는 게 옳다. IT 기업의 대관(對官)업무 조직이 커지는 것은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이 커지면 부정부패 위험도 높아진다. 신생 기업이 수백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신생 기업 대박이 터져야 인재도 몰리고 자금도 몰리지 않겠는가.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애플이 기술을 보강하기 위해 신생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많다. 아이폰4의 HDR 사진 기능도 영국 신생 기업 임센스를 인수해 적용했다. 아이패드와 아이폰4의 핵심 부품인 A4 프로세서도 그렇다. 미국 신생 기업 인트린서티를 인수해 완성했다. 애플은 자기네한테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는 신생 기업이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과감하게 인수한다.
애플뿐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강자들은 너나없이 신생 기업 기술을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인력과 예산의 상당 비율을 연구 · 개발에 투자한다고 알려진 구글도 예외가 아니다. 연구소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내놓지만,부족한 기술은 신생 기업 인수를 통해 확보한다. 안드로이드폰에 들어가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도 신생 기업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완성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 회사 설립 3,4년 만에 비싼 가격에 매각하면 "성공했다"고 박수를 쳐준다. 신생 기업이 대박을 터뜨리면 이를 보고 인재와 자금이 몰려들고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낸다. 자연스럽게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된다. 미국이 실리콘밸리 벤처 붐이 꺼진 뒤 10년 만에 세계 테크놀로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기에 있다.
우리는 한때 'IT(정보기술) 강국'이라고 자부했지만 현재 벤처 생태계는 실리콘밸리와는 딴판이다. 신생 기업이 팔리면 망했다고 생각하고,대기업의 신생 기업 인수를 나쁘게 보는 정서도 남아 있다. 신생 기업은 애써 기술을 개발하면 대기업이 치고들어온다고 하소연하고,대기업은 인수할 만한 신생 기업이 없다고 말한다. 벤처캐피털은 인수자가 제값을 쳐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린다.
미국 실리콘앨리인사이더(SAI)라는 매체는 최근 '디지털 100: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신생 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1위,징가 2위,트위터 6위….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중국 기업도 서너 개 포함됐다. 한국 신생 기업은 하나도 없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는 '아시아 톱 50 앱(응용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인도네시아산이 14개,한국산은 1개다.
작년 말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온 뒤 벤처 생태계에 관해 얘기가 많다. "이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도 하고 "실리콘밸리와 같은 벤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대 · 중소기업 상생'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두 마디 말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문제를 인식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벤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자고 하면 정부는 규제방안부터 내놓는다. 그러나 지금은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공정한 게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하는 게 옳다. IT 기업의 대관(對官)업무 조직이 커지는 것은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이 커지면 부정부패 위험도 높아진다. 신생 기업이 수백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신생 기업 대박이 터져야 인재도 몰리고 자금도 몰리지 않겠는가.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