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랩어카운트 개선안을 발표한 뒤 금융투자업계간 이해 관계에 따라 첨예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증권학회가 개최한 랩어카운트 관련 토론회에는 각 업계 및 금융당국 대표자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자산운용업계는 이번 개선안에 어느 정도 찬성하는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규제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동철 한화투자신탁운용 상무는 랩어카운트 규제안에 전반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놌다.

한 상무는 "업계가 국내 랩어카운트 시장이 발전하기 위한 중간 단계의 하나로 이번 규제안을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폰서와 운용사가 다른 미국과 달리 한국은 증권사가 스폰서와 운용을 겸하고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투자자 매매 정보에 따른 추종매매나 계좌간 거래, 자기매매 등의 위험성이 있어 규제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내보다 먼저 랩어카운트 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으로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번 랩어카운트 규제안이 미국에 비해 크게 엄격한 조치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면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부장은 지나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랩어카운트를 통한 증권사의 자산관리업무 확대는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조류"라며 "증권사의 자체 역량을 키우려는 과정인 셈인데, 우려가 지나치게 제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랩어카운트의 집합운용 금지 조항에 대해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부장은 "투자성향이 비슷한 고객 그룹별로 집합주문을 통한 일종의 집합운용은 허용했으면 좋겠다"며 "고객의 수익률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엄격하게 개별매매를 따르다보면 같은 날 가입한 고객들끼리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으며, 이는 또다른 분쟁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운용인력이 직접 모든 고객과 투자상담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포괄적인 내용은 영업점에서도 혀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업계의 의견에 대해 금융위에서는 랩어카운트 규제 방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도,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시간을 두고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종훈 금융위 사무관은 "현재 자문형 랩 상품에 투자자 성향이 반영되지 않고 마치 펀드처럼 운용되고 있으며, 투자일임업과 자문업 사이의 차이니즈월(정보교류 차단 장치)가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까지 일부 증권 영업지점에서는 일임매매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곳이 있다"며 "영업점의 랩어카운트 계좌관리인이 운용정보를 모두 보면서 일임매매를 하게 될 경우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 동안 이를 막기 위한 규제안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관은 "규제안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1년간 시간을 두고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