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사와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고금리 신용대출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회사 대표에게 무리한 신용대출 늘리기를 자제하도록 경고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30일 "캐피털사와 카드사들이 이익을 많이 남기려고 과도하게 고금리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다"며 "이런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일부 업체 대표에게 구두로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이 고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선두권 업체를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권택기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대 롯데 씨티 SC캐피탈과 우리파이낸셜 등 5개 캐피털사가 2분기(4~6월) 중 신규로 취급한 신용대출은 7921억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동기 4813억원보다 64.5% 늘어난 수준이다.

회사별로는 롯데캐피탈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 회사의 2분기 신용대출 취급액은 2063억원으로 작년 동기(1131억원)보다 82.4% 급증했다. 씨티캐피탈도 작년 동기보다 70.1% 증가한 1434억원의 신용대출을 2분기에 취급했다. 우리파이낸셜의 신용대출 증가율도 68.6%에 달했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2분기 신용대출 실적은 32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 늘었다.

이처럼 캐피털사들의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연 5% 안팎으로 자금을 조달해 연 30% 안팎으로 대출해줌에 따라 그만큼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예대금리차는 약 25%포인트에 달한다. 이는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4%포인트보다 6배 이상 높은 것이다. 캐피털사들은 이 점을 노려 올 들어 대출모집인에 대한 수당을 크게 늘렸다.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캐피털사의 고금리는 사채 수준"이라고 지적함에 따라 캐피털사들은 잇따라 최고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최고금리를 내려 생색만 냈을 뿐 평균 대출금리는 과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대출모집인 수당 증가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해 금리를 오히려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캐피탈의 평균 대출금리는 작년 4분기 연 27.2%에서 올 1분기 29.3%,2분기엔 30.0%로 인상됐다.

카드사들도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다. 올 상반기 6개 전업카드사들의 카드론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2%늘어난 11조4000억원에 달했다. 카드사별로는 현대카드의 카드론이 전년 동기보다 90% 늘었다. 이어서 △신한카드 49% △롯데카드 43% △삼성카드 40% 순이었다.

여신전문회사들이 신용대출을 늘림에 따라 부실채권이 늘어나 자산건전성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밀어내기식 신용대출을 하다보면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신정평가는 "캐피털사들의 높은 금리와 차주의 평균 소득을 고려할 때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