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원유 개발과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이어 광물 개발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중남미 자원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강화의 주타깃인 '1중(중국)+3중(중남미 중동 중앙아시아)'의 한 곳인 중남미 국가 및 기업들과의 자원분야 협력을 매개로 운송,항만,통신,건설 등 신규 사업의 기회를 모색해나간다는 게 SK의 전략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9일 브라질 자원개발 기업인 EBX그룹 아이크 바티스타 회장을 만나 7억달러 규모의 철광석 사업투자 계약을 맺는 등 양사 간 포괄적인 자원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 회장은 바티스타 회장과 철광석 운송을 위한 항구 · 수송관 · 발전소 건설은 물론 석유 · 가스 개발,건설 사업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대 철광석 사업 투자

SK의 브라질 철광석 사업투자는 주력 계열사 SK네트웍스를 통해 진행된다. SK네트웍스는 EBX 그룹 산하의 철광석 개발업체 MMX가 발행할 21억5000만달러 규모의 신주 중 7억달러어치를 인수한다. SK네트웍스는 한국수출입은행의 자원개발 정책자금을 활용,투자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의 해외 철광석 개발 투자 중 최대 규모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초 캐나다 CLM과 10년간 매년 철광석 100만t을 장기 구매하는 계약을 맺은 데 이어 MMX 투자로 해외에서 연간 1000만t의 철광석을 확보하게 됐다.

EBX그룹은 시가총액이 50조원이 넘는 브라질 최대 기업 중 하나다. 석유,가스,에너지,부동산,엔터테인먼트 등 SK와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양사 간 포괄적 사업협력이 중남미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것으로 SK 측은 보고 있다.

최 회장은 "SK와 한국이 갖고 있는 세계적인 인프라 비즈니스는 EBX는 물론 브라질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와 EBX,한국과 브라질은 좋은 협력적 동반성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남미 지역 사업 확대

이번 브라질 철광석 사업 투자로 SK의 중남미 시장 공략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지난 6월 최 회장이 중남미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찍은 페루에 대규모 LNG 생산단지를 완공했다. 페루 내륙 지역의 56광구와 88광구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현지에서 직접 가공해 미국 등에 판매할 수 있는 수출 전진기지다. 페루 외에 에콰도르에서 정유 및 석유화학 단지 건설사업 참여도 타진 중이다.

SK에너지는 지분을 보유한 해외 유전광구 33개 중 남미에서만 30%가 넘는 11개의 광구를 갖고 있다. 해외에서 확보한 5억2000만배럴의 원유 중 67.3%인 3억5000만배럴이 남미에서 나온다. 페루 LNG 공장 가동과 브라질 철광석 사업투자로 SK의 중남미 사업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신규 사업 이식이 주로 이뤄지는 중국과 달리 중남미 지역은 그룹 주력인 에너지 사업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라며 "에너지 사업을 기반으로 U(유비쿼터스)시티 및 통신사업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