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글과컴퓨터(한컴)를 인수한 소프트포럼의 공격적인 기업 인수 · 합병(M&A)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3월 전자장비 업체인 위지트를 계열사에 편입한 것을 시작으로 5월 피닉스자산운용을 인수했고,7월에는 전기차 업체 ATTR&D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증권업계에선 2000년대 중반 코스닥시장에서 여러 기업을 인수했던 김상철 소프트포럼 회장(57)이 2008년 이후 중단했던 M&A 행보를 재개한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팔아 잇따른 M&A '주목'

한컴 주가는 30일 0.8% 올라 4435원에 마감했지만 소프트포럼의 인수가 발표된 28일 이후 5.23%(245원) 하락했다.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는 소프트포럼의 자금 여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매출이 191억원에 불과하고 12억원의 영업적자까지 낸 보안소프트웨어 업체가 기업 3곳을 잇따라 삼킨 데 이어 670억원의 거금을 들여 한컴까지 인수했기 때문이다. 재무적투자자들의 도움을 빼도 자체 조달해야 하는 인수자금이 42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소프트포럼의 현금성 자산은 계열사인 다윈텍까지 합쳐 46억원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소프트포럼 측은 400억원 상당의 서울 도곡동 사옥을 처분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프트포럼은 작년 9월에도 경기도 안산의 토지를 매각해 141억원을 마련했으며 이 돈은 위지트 등을 인수하는데 들어갔다.

김 회장 자신도 2005~2007년 사이 여러 건의 M&A를 진행해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6년 사출성형 업체인 대동을 인수한 뒤 3개월 만에 되팔아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고,2007년에는 소프트웨어 업체 아이티플러스를 인수해 1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2005년 3월 소프트포럼을 인수하며 시작된 M&A 행보를 가능하게 한 종잣돈은 배우자로부터 나왔다. 김 회장의 부인이며 SF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실씨는 이번 한컴 인수에도 100억원을 출자했다. 김씨는 미국에서 통신업체인 자일랜을 김윤종씨와 공동 창업해 1996년 나스닥에 상장한 뒤 프랑스계 통신장비 업체에 20억달러에 매각해 자산을 축적했다. 2008년에도 미국 동부에서 부동산투자펀드인 '네오호라이즌'을 운용하는 등 독자적인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는 오래 갈까

김 회장은 2008년 이후 뜸했던 M&A 행보를 올해 재개할 계획이다. 소프트포럼 관계자는 "2008년에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스팩을 나스닥에 상장한 데 이어 작년에도 스팩을 인수해 그동안 스팩을 통한 기업 인수에 주력했다"며 "미국계 스팩을 이용한 한국 기업 인수가 법률 문제 등으로 한계에 부딪혀 2007년 이전의 M&A전략으로 복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한컴 역시 시세차익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은 2007년 5월 SF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의료기기 전문업체 썸텍을 지분 인수 사흘 만에 매각했다.

소프트포럼 관계자는 "단기차익을 노렸던 2007년 이전의 M&A 전략은 근본적으로 수정된 상황"이라며 "ATTR&D의 경영에 참여해 회사를 소프트포럼 본사 건물로 옮기는 등 인수한 회사를 키우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아이티플러스 인수 당시에도 "최소 몇 년간 기업을 경영해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에서 투자운용업에 이르는 신규사업의 스팩트럼도 지나치게 넓다. 당장 ATTR&D와 관련해서는 우회상장을 통한 차익실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