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글로벌 환율전쟁이 터졌다. 1960년대 말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1차 환율대전,1980년대 미국과 일본 사이에 발발한 2차 환율대전에 이어 미국과 중국의 맞대결로 3차 환율대전이 시작됐다.

미국 하원은 현지시간으로 29일 저녁(한국시간 30일 새벽) 환율조작 의심을 받는 국가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키고 상원에 송부했다. 찬성이 348표에 이른 반면 반대는 79표에 그쳤다.

이 법안은 환율조작 행위를 '불공정한 정부 보조금'으로 간주,상무부가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춘 것이 핵심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미 · 중 관계가 정치 외교 경제 상업 등 모든 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원칙에 따르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 법안이 중국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미국 하원이 표결에 들어가기 직전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미국 하원이 표결하기 직전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위안화 환율 결정 메커니즘을 더 개선하고 시장의 수요 공급을 중시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원이 예정대로 법안을 통과시키자 중국은 강공으로 전략을 바꿨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11시께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전날 대비 0.11% 절하한 6.7011위안으로 고시했다.

미국은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달러를 시장에 풀어 달러 가치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달 양적완화 조치를 선언한 이후 1조달러가 넘는 돈을 시장에 풀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예상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취했던 1조7000억달러 규모 1차 양적완화 조치의 60%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에 맞서 일본은 지난 15일 2조엔 규모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데 이어 4조6000억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돈을 추가로 푸는 방식으로 미국에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30%가량 절상된 헤알화의 추가 절상을 막기 위해 이달 들어 100억달러가량의 달러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한국과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최근 시장 개입에 나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외환위기라는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환율전쟁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외환당국이 적절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80전 내린 1140원20전을 기록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