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한은은 30일 작성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요20개국(G20) 국가 가운데 관련자료 입수가 가능한 9개국과 스페인, 북유럽 3국 등 13개국의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상황을 비교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세금을 제외한 개인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로 영국(161%), 호주(155%)와 더불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캐나다, 스페인,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등보다 높은 수치로 주요 13개국 가운데 상위 다섯 번째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우리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았지만, 이는 사회보장에 필요한 세금이 많으므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다른 나라보다 자체가 작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도 가팔랐다. 2000~2009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율 상승폭은 56.8%로 미국(27.5%), 프랑스(24.0%), 일본(-9.0%)보다 배 이상 빨랐다.

2000년대 초 우리나라 가계부채와 비슷했던 영국, 스페인, 노르웨이 등은 2년 전 금융위기 이후 부채가 큰 폭으로 조정됐지만, 우리나라와 호주는 위기 이후에도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비율이 크게 오른 이유로 주택가격 상승률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같이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가계부채도 늘어나는 구조는 경기 변동성을 높일 위험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올해 2분기 현재 수도권 일반 아파트(109㎡) 가격은 도시근로자 가구 연소득의 11.6배로 2000년대 평균인 9.7배를 크게 웃돌았다며 소득대비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단 지방 아파트 가격은 소득의 3.2배로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은은 올해 4분기 이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기 물가안정 목표 중심치인 3%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하반기 중 국내 경기는 수출 신장세가 다소 둔화하겠지만 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대체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국내 경기의 상승세 지속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 일부 공공요금 인상,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가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