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이 30일 1면에 공개한 당 대표자회 기념사진에는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개편된 북한 권력층의 역학 관계가 드러났다. 앞줄 정중앙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오른쪽에는 군부 인사들이,왼쪽에는 당 지도부와 원로들이 앉는 등 당 정치국 상무위원 및 핵심 권력자 대부분이 첫 줄에 앉았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 위원장의 왼쪽 바로 옆에 앉은 이영호 군 총참모장이다. 그는 이번에 대장에서 차수로 승진함과 동시에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를 거머쥐어 일약 '실세 중의 실세'로 떠올랐다. 이 참모장 왼쪽 바로 곁에 김정은이 앉아 그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김 위원장 오른쪽 바로 옆 자리는 이번에 당 상무위원으로 뽑힌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차지했고, 그 다음은 역시 상무위원이 된 최영림 총리였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는 '군 대장' 칭호와 함께 당 정치국 위원에 오른 약진을 반영하듯 김 위원장 오른쪽 다섯 번째 자리에 앉았다.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통하던 장성택(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은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에 그친 탓인지 첫째 줄에 앉지는 못했지만 둘째 줄의 김 위원장 오른쪽 뒷자리를 차지해 위세를 과시했다. 장의 측근으로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약진한 인물 중 한 명인 최용해(비서국 비서)는 후계구도의 실세임을 보여주듯 김정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한편 북한이 지난 28일 개최한 44년 만의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대규모 승진 잔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 핵심 기구의 자리가 1980년 10월6차 당대회 때보다 54명 늘어난 것이다.

이번 당대표자회 전 · 후의 핵심 당기구 성원을 비교해 보면 당내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위원은 10명에서 37명으로 증가했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일 1명에서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의장) 최영림(내각총리) 조명록(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이영호(군참모장)가 새로 이름을 올려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정치국 정위원은 당초 4명에서 김경희 김영춘(인민무력부장) 김기남(당 선전비서) 양협섭(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 강석주(부총리) 등이 임명되면서 12명으로 증가했다. 새로 짜진 정치국 후보위원 수도 15명으로 3배 늘어났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나이 어린 김정은을 후계자로 조기에 공식화하면서 권력 실세들의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며 "이를 무마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승진인사가 단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