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환율전쟁, 증시에 藥될까 毒될까
환율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누적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지만 중국이 거부했고,미국은 이를 제재하겠다고 나섰다. 이 와중에 일본이 엔고를 견디다 못해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해 전선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경기부양과 금리인하를 놓고 공조하던 주요 국가들이 환율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양상이다. 경기 회복의 동력이 수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온 결과다.

환율전쟁이 극단적인 형태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일본처럼 일방적으로 부담을 안아줄 나라가 없는 상태에서 극한 대립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전쟁이 큰 갈등 없이 마무리돼도 주식시장에는 여러 형태로 영향을 미친다.

지금 어떤 나라도 자국 통화가 절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이 양적 완화정책을 펴 달러화가 약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다른 나라도 통화공급을 통해 환율 하락을 막으려 할 것이다. 이런 정책 기조는 세계적으로 유동성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다. 최근 외국인 매수가 계속되는 근저에도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환율전쟁이 어떤 형태로든 원화가치의 절상을 초래해 우리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지금 원화는 다른 주요 통화보다 절상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전후해 절하 폭이 크기 때문인데,올 연말에 달러당 1100원대 초반까지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년여 동안 우리 기업이 높은 이익을 기록한 데는 환율이 일조했다. 원화절상에도 수익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가 시장방향성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종우 <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