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을 2억원이나 올려달라고 해서 용산으로 왔는데 여기도 사정은 비슷하네요. 물건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랍니다. "

최근 크게 오른 전셋값이 부담스러워 잠실에서 서울 도심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는 회사원 김경석씨(34)는 1일 서울 용산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를 둘러보며 이같이 푸념했다.

서울지역 전셋값 상승세가 도심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강남 · 서초 · 송파 등에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학군을 버리고 도심권으로 이사하고 있어서다.

이날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한강로와 문배동 일대 전용 85㎡ 아파트 전셋값은 봄 이사철인 지난 2월 2억20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2억9000만원으로 7000만원 올랐다. 2년 전에는 1억7000만~2억원이었다.

발코니 등이 없어 아파트보다 전용면적이 적은 오피스텔 34평형(대우월드마크타워용산 · 84㎡)도 월세만 몇 건 나와 있을 뿐 전세 3억원에도 구하기 쉽지 않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용산구 전셋값 상승률은 1.33%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2년 전 재건축 단지 대규모 입주로 싼값에 전세를 줬던 집주인이 가격을 현실화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오른 송파구(0.97%)보다 높다. 도심권인 중구도 1.16% 올랐고 성동구도 0.78% 뛰었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전셋값이 먼저 오른 강남지역 세입자 가운데 학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젊은 부부들이 도심권으로 옮기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도심권 전셋값도 크게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