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물가가 1년 전에 비해 45.5% 올랐다고 1일 발표했다. 그 여파로 소비자물가도 1년 전에 비해 3.6% 올라 지난 1월(3.1%) 이후 다시 3%대에 진입했다. 동네 식당들이 오른 반찬값을 감당하지 못해 음식 가격을 인상하고 있어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심리)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 6월 13.5%,7월 16.1%,8월 20.0%로 계속 높아졌고 지난달에는 5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199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다. 8월 무더위에 이어 9월 잦은 강우와 태풍 피해가 겹쳐 농산물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2%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신선식품 물가 급등의 여파로 2003년 3월(1.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양동희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적인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며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3.6%)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9%가 농산물 가격 상승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상추가 1년 전에 비해 233.6% 오른 것을 비롯해 호박(219.9%) 열무(205.6%) 배추(118.9%) 등 13개 품목의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8개 품목은 50% 이상 상승했고 12개 품목은 10% 이상 값이 올랐다.

정부는 농산물을 제외한 물가가 안정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달 물가 급등이 '신선식품 공급 감소 충격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채소 등 신선식품값 급등으로 식당의 메뉴가격이 오르는 등 서비스 물가가 불안해질 조짐이다. 서울 미근동에 있는 한 찌개전문점은 이날부터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값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서울 충정로2가 보쌈전문점도 일반 보쌈정식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특식 보쌈은 7000원에서 80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식당 직원은 "손님들도 요즘 채소값 사정을 아는 처지여서 다 이해하는 분위기"라며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분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8,9월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이 오르고 공무원 임금이 내년 5.1% 인상되는 것도 물가불안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