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국가 연구 · 개발(R&D)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상설 행정기구로 거듭난 것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복원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부처별로 갈려 집행되던 R&D 자금의 운영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위원장을 대통령이 맡고 부위원장 · 상임위원을 장 · 차관급으로 만든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R&D 예산이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배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서는 부처별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거버넌스(지배구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교과부 지경부 등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부처별로 산재한 소규모 국공립연구소의 통합 문제가 아직 남아 있어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안이 완성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과위의 향후 역할은

개편안에 따르면 국과위는 내년 예산 14조8740억원 중 국방예산 등을 제외한 75%에 대해 전권을 갖게 된다. 그동안 국가 R&D 예산 편성 · 배분 · 조정은 과학기술기본법상 국과위가 방향을 제시하고 기획재정부가 총괄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비상설 자문기구였던 국과위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재정부가 일률적으로 예산을 배분했다. 이 돈은 다시 수천가지 명목으로 갈려 제각각 집행돼 연구과제에 대한 자금 집행 타당성의 투명한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론 민간 과학기술 전문가가 주도하는 국과위가 예산을 배분하고 사후 평가까지 조율하는 등 일관된 행정체계가 가능해진다.

이번 개편안은 작년 11월 출범한 과학기술출연연발전민간위(위원장 윤종용)가 산파 역할을 했다. 민간위는 반년에 걸쳐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전문가들과 150여회에 걸친 공식 · 비공식 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국과위 상설화 및 예산권 부여,출연연 통폐합을 핵심으로 하는 초안을 마련했다. 이 안은 올해 7월 이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이 대통령은 당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출연연 어떻게 되나

과학계는 한목소리로 이번 안을 찬성했다. 이준식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민간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안이 전폭적으로 수용돼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교과부와 지경부로 갈려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26개 출연연의 소관 이전 문제와 통폐합 문제는 논의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R&D 서비스 성격이 강한 기관은 통폐합하되 고유 R&D 기능을 갖고 있는 출연연구기관은 잔존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출연연구기관 외에도 국립농업과학원 전자부품연구원 등 국공립연구소와 개별 부처 직할 연구소의 통폐합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새로 임명된 국과위 민간위원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구자열 전경련 과학기술위원장(LS전선 회장),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이준승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김윤수 전남대 총장,금동화 KIST 책임연구원,강태진 전국공과대학장협의회장,이혜숙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장,이현순 CTO협회 회장(현대자동차 부회장), 최순자 산업기술미디어문화재단 이사장,황철주 한국벤처기업협회장,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