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익·금리차 노린 외국인…국채·주식 쌍끌이 매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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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더블딥 막으려 달러 방출
중국은 위안화 만만디 절상
日·EU 양적완화 대열 가세
중국은 위안화 만만디 절상
日·EU 양적완화 대열 가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 · 달러 환율은 작년 3월 고점을 기록했다. 당시 달러당 1600원 근처까지 치솟았다가 한국 경제의 상대적 호조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올 4월엔 1100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4월 말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불거지자 6월 장중 한때 1250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엔 소폭 하락세로 바뀌었다.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8월 말부터다. 미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추가 양적완화(시중에 돈을 더 푸는 것)를 시사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자 원화 가치가 급등(원 · 달러 환율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불붙은 환율 전쟁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8월27일 연례 FRB 심포지엄에서 "경기가 악화되면 비정상적 조치를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적 조치란 FRB가 달러를 추가로 찍어내 미국 국채나 모기지채권 등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더블 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하원도 지난달 말 환율조작 의심국가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은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 달러 약세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미국의 칼날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 무역적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달러화가 약세(위안화는 강세)로 돌아서면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를 상당폭 줄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 중인 '5년 내 수출 2배,일자리 200만개 창출'의 핵심 수단으로 약달러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꿈쩍도 않는다는 데 있다. 중국은 6월19일 환율제도를 달러페그제에서 관리변동환율제도로 바꿨지만 지난달 말까지 위안화를 1.8% 절상시키는 데 그쳤다. 또 미국 하원의 보복법안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본 역시 시장 개입 및 양적완화 조치를 동원해 달러 약세에 맞불을 놓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경제력이 뒤지는 한국은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환율제도는 중국과 달리 시장변동환율제도인 데다 일본처럼 대놓고 시장 개입을 하기도 쉽지 않다. 원화가치 절상폭은 8월27일부터 10월1일까지 5.5%에 이른다. 주요 신흥시장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 활발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곳은 미국이나 일본뿐이 아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시중에 통화가 늘어나면 그 국가의 통화가치는 하락하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미국 일본은 사실상 제로(0)금리이며 EU와 영국 역시 금리가 연 1% 수준에 그친다. 투자자들로선 경제가 안 좋아 금리가 싸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곳에서 자금을 마련해 경제가 좋아 금리가 높고 통화가치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투자하게 마련이다.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다.
최근 글로벌 자금 흐름은 선진국에서 자금을 빼 신흥국에 투자하는 쪽으로 형성돼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6월과 7월 각각 40억달러와 50억달러 증가했지만 8월엔 83억달러로 증가폭이 훨씬 더 커졌다. 9월에도 22일까지 52억달러나 늘어 7월 한 달 증가 규모를 넘어섰다.
이 같은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분기점은 11월2일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와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다. 미국 하원을 통과한 환율 보복법안은 중간선거 이후 상원에서 논의된다. 이때까지는 달러화 약세를 위한 미국의 공세가 예상된다. 또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전쟁에 관련한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따라 캐리 트레이드의 향방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주식 채권 랠리 이어질 듯
현재로선 환율 보복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이 중간선거를 의식해 '중국 때리기' 차원에서 환율 보복법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해서 환율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FRB의 양적완화라는 더 큰 산이 남아 있다. FRB는 11월이나 12월께 추가 양적완화의 시행 여부와 규모 등을 결정한다. 그때까지 경제지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FRB가 1조달러를 찍어 국채 등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미국의 넘치는 유동성은 이머징마켓으로 지속적으로 흘러나올 공산이 크다. 4조6000억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캐리 트레이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머징마켓 중에선 한국이 선두주자에 속한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6%(전년 동기 대비)에 이르는 데다 자본시장이 자유화돼 있어서다. 시장의 규모도 상당한 편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규모가 각각 1조달러에 이른다.
외국인은 올 들어 한국 국채를 집중 편입했다. 지난달까지 사들인 한국 채권 55조원어치의 대부분이 국채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안채였다. 미국과 금리차가 여전히 1%포인트 이상에 이르는 데다 원화 가치 상승까지 점쳐지고 있어 한국 국채 매입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외국인 매수가 주식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8월부터 두 달간 외국인은 4조8000억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올 들어 7월까지 매입한 규모가 8조9000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주식 매입 강도를 훨씬 더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삼성증권은 연내 코스피지수가 2000,SK증권은 2050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불붙은 환율 전쟁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8월27일 연례 FRB 심포지엄에서 "경기가 악화되면 비정상적 조치를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적 조치란 FRB가 달러를 추가로 찍어내 미국 국채나 모기지채권 등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더블 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하원도 지난달 말 환율조작 의심국가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은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 달러 약세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미국의 칼날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 무역적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달러화가 약세(위안화는 강세)로 돌아서면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를 상당폭 줄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 중인 '5년 내 수출 2배,일자리 200만개 창출'의 핵심 수단으로 약달러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꿈쩍도 않는다는 데 있다. 중국은 6월19일 환율제도를 달러페그제에서 관리변동환율제도로 바꿨지만 지난달 말까지 위안화를 1.8% 절상시키는 데 그쳤다. 또 미국 하원의 보복법안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본 역시 시장 개입 및 양적완화 조치를 동원해 달러 약세에 맞불을 놓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경제력이 뒤지는 한국은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환율제도는 중국과 달리 시장변동환율제도인 데다 일본처럼 대놓고 시장 개입을 하기도 쉽지 않다. 원화가치 절상폭은 8월27일부터 10월1일까지 5.5%에 이른다. 주요 신흥시장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 활발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곳은 미국이나 일본뿐이 아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시중에 통화가 늘어나면 그 국가의 통화가치는 하락하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미국 일본은 사실상 제로(0)금리이며 EU와 영국 역시 금리가 연 1% 수준에 그친다. 투자자들로선 경제가 안 좋아 금리가 싸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곳에서 자금을 마련해 경제가 좋아 금리가 높고 통화가치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투자하게 마련이다.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다.
최근 글로벌 자금 흐름은 선진국에서 자금을 빼 신흥국에 투자하는 쪽으로 형성돼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6월과 7월 각각 40억달러와 50억달러 증가했지만 8월엔 83억달러로 증가폭이 훨씬 더 커졌다. 9월에도 22일까지 52억달러나 늘어 7월 한 달 증가 규모를 넘어섰다.
이 같은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분기점은 11월2일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와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다. 미국 하원을 통과한 환율 보복법안은 중간선거 이후 상원에서 논의된다. 이때까지는 달러화 약세를 위한 미국의 공세가 예상된다. 또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전쟁에 관련한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따라 캐리 트레이드의 향방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주식 채권 랠리 이어질 듯
현재로선 환율 보복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이 중간선거를 의식해 '중국 때리기' 차원에서 환율 보복법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해서 환율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FRB의 양적완화라는 더 큰 산이 남아 있다. FRB는 11월이나 12월께 추가 양적완화의 시행 여부와 규모 등을 결정한다. 그때까지 경제지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FRB가 1조달러를 찍어 국채 등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미국의 넘치는 유동성은 이머징마켓으로 지속적으로 흘러나올 공산이 크다. 4조6000억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캐리 트레이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머징마켓 중에선 한국이 선두주자에 속한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6%(전년 동기 대비)에 이르는 데다 자본시장이 자유화돼 있어서다. 시장의 규모도 상당한 편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규모가 각각 1조달러에 이른다.
외국인은 올 들어 한국 국채를 집중 편입했다. 지난달까지 사들인 한국 채권 55조원어치의 대부분이 국채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안채였다. 미국과 금리차가 여전히 1%포인트 이상에 이르는 데다 원화 가치 상승까지 점쳐지고 있어 한국 국채 매입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외국인 매수가 주식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8월부터 두 달간 외국인은 4조8000억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올 들어 7월까지 매입한 규모가 8조9000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주식 매입 강도를 훨씬 더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삼성증권은 연내 코스피지수가 2000,SK증권은 2050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