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구멍이 뚫렸다?

로이터통신은 철통같은 요새처럼 보이는 FRB의 통화정책 정보가 술술 새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이런 정보들이 공식 발표되기 전에 월가의 금융사로 고스란히 전달돼 투자정보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국채를 추가로 매입해 2차 경기부양에 나선다고 발표한 뒤 9일째가 되던 지난 8월19일.월가 컨설팅사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래리 메이어 사장은 고객사인 금융사들에 당시 FOMC의 회의록 내용을 정리해 보냈다.그는 그 대가로 고객사들에 약 7만5000달러를 청구했다.

중국 전문가인 폴 마코워스키도 FOMC가 열린 뒤 사흘째인 지난달 24일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FOMC의 회의 분위기를 전달했다.FOMC 이사들이 기준금리 정책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한 내용이었다.FRB 규정상 회의록은 3주일이 지나야 발표되는데 메이어와 마코워스키의 고객들은 미리 FOMC의 회의 내용과 이사들의 입장을 파악할 수 있었다.

FRB 이사 출신인 메이어는 옛 동료들과,FRB 근무 경험이 없는 마코워스키는 독자적으로 뚫은 인맥을 활용해 정보를 캐냈다.로이터는 이같은 정보 유출이 별다른 단속과 제재를 받지 않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티모시 캐노바 캐프먼대학 교수는 “FRB와 민간 금융사 간 회전문은 꽤 심각하다”고 말했다.얼마나 많은 전직 FRB 스태프들이 FRB를 상대로 정보를 얻어내고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그는 “정보의 가치 경중을 떠나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전직 FRB 스태프들과 현직 FRB 스태프들 간 뒷거래는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월가 금융사들의 영향력을 키우게 돼 문제”라고 개탄했다.

로이터는 전직 FRB 이사들이 퇴직을 했는데도 출입증을 반납하지 않은 채 FRB내 피트니스센터,이발소,식당 등을 이용한다고 전했다.또 은퇴 후 민간부문에 근무하면서도 FRB 건물 출입이 제한받지 않고 있으며 FOMC 이사로 근무하다가 곧바로 월가 금융사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