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1일 취임과 주요 사업부문의 인사를 단행해 큰 폭의 변화를 예고했다. 남용 전 부회장이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만큼 인사이동을 통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전자는 이 날 “내년도 사업을 보다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일부 임원에 대한 보직변경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MC사업본부장 겸 스마트폰사업부장은 박종석 부사장(전 MC 연구소장)이 임명됐고 안승권 전 사장은 회사 전반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이동했다.

LG전자는 "안 사장이 공학박사로서 20년 가까이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했고, 최근까지 사업운영 경험을 쌓아 온 것이 CTO를 맡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HE사업본부장은 권희원 부사장이 기존 LCD TV 사업부장을 겸임하며 맡게 됐고, 기존에 이 부분을 맡아온 강신익 사장은 전사 마케팅을 총괄하게 될 글로벌마케팅담당을 맡게 됐다.

또한 전 CTO 백우현 사장은 CEO 직속의 신설조직인 신성장동력기술담당을 맡아 미래사업 발굴과 원천기술 개발을 수행하게 된다.

MC사업본부에서 스마트폰사업부장을 맡아 온 이정준 부사장은 PC사업부장에, 공석이 된 MC연구소장에는 정옥현 전무(전 MC연구소 개발2실장)가 각각 임명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LG Way 관점에서 해당 조직에 대한 경험, 역량, 성과가 검증된 인물을 기용했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이날 취임과 함께 ‘정도경영’에 기반한 5개의 과제를 중점 추진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시장 판도를 바꾸는 혁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생존의 필수 조건인 최고의 품질을 확해야 한다"는 것이 그 것이다.

또 "항상 고객을 염두에 두고 고객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며" "인재육성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구 부회장은 말했다. 이와 함께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칭찬해주는 자율과 창의의 조직문화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 부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국내외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지금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으며, 특히 휴대폰 사업에서 LG의 위상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정곡을 찔렀다.

이어 현재의 위기상황을 "여느 산업보다 급격하게 변화해서 잠시만 방심해도 추월 당할 수 밖에 없는 냉혹한 게임의 법칙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구 부회장은 "게임의 법칙을 지배하면서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게 자신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 모두에게 시급한 사명"이라면서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 냉철하게 우리를 돌아보면서 잘못된 것은 빨리 고치고, 잘하고 있는 것은 더욱 발전시키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